6살 배기 어린 딸의 눈에 비친 엄마는, 키 157㎝ 정도, 몸무게 45㎏, 작지만 야무진, 그러면서도 현명하고 부정한 것에서는 물러서지 않을 용기와 배짱을 가진 분이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어린 딸에게는 너무나 다부지고 예쁜 엄마였다. 그 엄마가 멋있어 보였다. 그런 엄마를 닮고 싶었다.

 
엄마는 당신의 병약하고 가진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자식들에게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게 해 주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에 다섯 아이들에게 예언같은 비전으로 정신적 무장을 해주셨다. 다섯 남매 중 둘째요, 여식으로는 큰 딸인 나에게 엄마는 ‘너는 큰 사람이 될 것이다’, ‘네가 하려는 일이 정당하다면 너는 그 것을 헤쳐나갈 지혜를 가질 것이다’, ‘너는 그 때를 위해서 늘 너를 가꾸어야 한다.’

엄마가 주신 말씀은 늘 생활의 이정표가 되었고, 행동의 기준이 되었으며, 미래의 꿈이 되었다. 휴지 한 조각도 길에 그냥 버리면 안되는 것을 알았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열심히 하였고, 어린 시절 손가락 지문이 문들어질 정도로 고된 공원생활을 할 망정 그러한 고난의 시간들도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들이라고 생각했기에 어렵지 않게 견뎌낼 수있었다.

그 소녀는 험난한 시간들을 겪으면서 서민들의 고달픈 삶을 알아갔고 그 문제를 공유할 방법을 생각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큰 덩어리 속에서는 보일 것같지 않은 작고 힘없어 보이는 작은 원칙들을 해결해 갈 때 큰 덩어리도 변화된다는 것을 깨달아갔다. 그리고 그 미세하고 작은 원칙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갔다.

성문이 일곱 개나 되는 테베를 누가 건설했던가? 책 속에는 왕의 이름들만 나와 있다. 왕들이 손수 돌덩이를 운반해 왔을까? 그리고 몇차례나 파괴되었던 바빌론, 그 때마다 그 도시를 누가 재건했던가?

황금빛 찬란한 리마에서 건축노동자들은 어떤 집에 살았던가? 만리장성이 준공된 날 밤에 벽돌공들은 어디로 갔던가? 위대한 로마제국에는 개선문이 참으로 많다. 누가 그 것들을 세웠던가?

로마의 황제는 누구를 정복하고 승리를 거두었던가? 끊임없이 노래되는 비자틴에는 시민들을 위한 궁전들만 있었던가?

전설의 나라 아틀란티스에서조차 바다가 그 땅을 삼켜 버리던 밤에 물에 빠져 죽어 가는 사람들이 노예를 찾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젊은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 그가 혼자서 해냈을까? 시이저는 갈리아를 토벌했다. 적어도 취사병 한 명쯤은 그가 데리고 있지 않았을까?

스페인의 필립왕은 그의 함대가 침몰 당하자 울었다. 그 이외에는 아무도 울지 않았을까? 프리드리히 2세는 7년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이외에도 누군가 승리하지 않았을까? 역사의 페이지마다 승리가 나온다. 승리의 향연은 누가 차렸던가? 10년마다 위대한 인물이 나타난다. 거기에 드는 돈은 누가 냈던가?

그 많은 사실들, 그 많은 의문들…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노래를 통해서 우리는 작은 원칙들이 만들어낸 큰 기적들을 알게 한다. 국민은 국가의 초석이라는 것은 정치학 이론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다. 위정자들이 원칙이 있는 삶을 뼈 속까지 지키게 해서, 세월호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막아야 한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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