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이 되었을 때 그는 무슨 이유인지 카톨릭으로 개종을 하게 된다. 이것은 화란의 회화와는 구별되는 베르메르의 독창성이 그가 카톨릭으로 개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내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 하지만 적어도 그의 그림은 당시의 미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초월한 제약에서의 자유로움을 가졌기 때문인 것만은 확실하다.

베르메르는 자신보다 한 살 연상인 카타리나와 1653년 4월 20일 델프트 근교의 스히플루이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장모 마리아 틴스는 교회에서 하는 결혼예고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공증문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베르메르 집안은 개신교를 카타리나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과 장래 사위가 비천한 여관집 출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베르메르에게 있어서 델프트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곳이었다. 그 곳은 로테르담과 헤이그 사이에 운하를 설치한 스히 강을 끼고 있는 다소 독특한 배경을 지닌 곳이다.

1075년에 세워져 1246년에 자치시로 인가를 받았고, 1536년의 화재와 1654년의 화약고 폭발사건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16, 17세기에는 상업 중심지였으며 주석을 입혀 윤을 낸 질그릇인 델프트 도기로도 유명했지만, 18세기에는 로테르담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만다.

이제 작품의 세계로 가보자.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혹 그녀가 동양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은 나만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소녀의 표정이 매우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입술은 머리를 감싸고 있는 푸른 터번과 대조되어 너무 맑고 투명한 붉은 색을 띠고 있는 앵두, 그 자체이다. 10대의 어린 소녀, 이 모델의 정체는 알 수 없으며, 밝힐 수도 없다.

동서양의 아름다움을 묶어 놓은 듯 묘한 표정은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상상 속의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후대의 사람들은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신비스러움을 재현 해보고자 소설과 영화가 차례로 만들었던 것이다.

영화는 1665년 네덜란드 델프트로 돌아간다. 16세 소녀 그리트는 아버지가 사고로 시력을 잃자 화가 베르메르 집의 하녀로 들어간다. 베르메르의 작업실에 들어선 순간 그리트는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은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게 되고, 그런 그녀를 본 베르메르는 신선한 영감을 얻게 되어 그녀를 화폭에 담아두고자 한다.

베르메르는 그리트에게 색을 보는 법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서 가까워지지만 탐욕스러운 아내, 장모와 함께 살면서 여섯 명의 아이들을 양육해야 하는 베르메르는 안타까운 시선 이상의 관심을 그녀에게 표현할 수가 없다.

“내 영혼을 담아… 널 그리고 싶어”

이루어질 수 없는, 그래서 영원히 간직된 사랑으로 그녀를 그리게 된다. 자신만의 사랑으로 남겨두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의 인중은 유난히 짧다. 도톰한 코와 입술의 경계선의 역할 정도라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짧은 인중은 얼굴 전체를 평면이 아닌 입체적 느낌을 갖게 한다. 만약 인중이 길었다면 얼굴에 대한 부조화와 지루함으로 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지쳐버리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은 얼굴에서의 짧은 인중은 자연스럽게 올라간 입 꼬리로 인해 보통 사람이 가질 수 없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지게 된다. 또한 코에서 입술까지가 입술에서 턱 선까지의 길이와 비슷함으로, 얼굴에서 입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입술은 자신의 미를 표현하는 주요한 부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제일 인기 있는 성형수술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가 아주 흥미롭다. 미국성형외과학회지(ASPS)에서는 우리가 예상하는 성형수술과 달리 가장 인기 있는 수술로 턱에 보형물을 주입하여 브이라인을 만들어주는 무턱보형물 삽입 수술과 도톰하고 매력적인 입술을 만들어주는 입술성형이 꼽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송상훈 골든뷰 성형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