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호텔 옥상에서 일출을 감상했다. 그러나 안개가 너무 짙게 내려앉아 멀리 안나푸르나 산군은 희미하게 보였다. 너무 안타까웠다. 이 훌륭한 장관을 놓치다니…

오전 아침의 찬 공기를 가르며 호수에서 보팅을 하였다. 날씨는 쾌청한 편이었으나 안개는 포가라를 떠날 10시가 넘을 때까지 끝내 걷히질 않았다.



이제 포가라를 떠날 시간이다. 카드만두로부터 비행기로 30분 정도 걸러 온 거리를 차량으로 7시간을 걸려 가야한다.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며 장거리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3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고속도로를 힘겹게 달려 카드만두로 향했다. 고속도로는 말만 고속도로일 뿐 도로 보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길은 엉망이었다.

닭, 개, 소가 오가고 리어카, 자전거, 오토바이, 그리고 각종 상인들과 보행자들이 뒤엉켜 그냥 시골 장날의 풍경을 도로 곳곳에서 목격하였다.




고속도로 전경. 고속도로에 한 무리의 소 떼가 이동하고 있다. 신성한 대우를 받는 소가 죽으면 먹지 않고 버린다고 한다.

이동하는 동안 주변 경관을 살피며 선상지, 감입하도, 단구, 계단식 경작지, 카르스트 지형 등 다양한 지형을 공부할 수 있었다.

트리슐리강을 따라 상류로 계속해서 이동하여 5시 무렵 고갯길 하나를 앞두고 카드만두에 다가섰다. 앞 선에 차량 사고가 발생하여 2시간 넘게 차량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차량 구난 시스템뿐만 아니라 도로 체계도 엉망이어서 기약할 수 없는 2시간을 보내고 나서 7시가 넘은 시각 짙게 내려앉은 어둠을 헤치고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하였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식사 후 곧 바로 호텔로 이동하여 내일 탑승할 마운틴 플라이(경비행기로 히말라야 산맥 일대를 1시간가량 둘러보는 관광 코스)를 기대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포가라는 네팔 제 2의 도시로서 안나푸르나를 비롯한 여러 산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점심 식사를 페와 호수가의 식당에서 네팔 정식으로 마치고 티베트 난민촌을 살펴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티베트는 1950년 중국의 침입으로 나라를 잃고 인도와 네팔 등에서 난민촌을 이루면서 현재 지도자 달라이라마를 중심으로 독립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상태이다.

이곳 네팔에서는 포가라에 두 곳, 카드만두에 세 곳의 난민촌이 있다고 한다.

난민촌에 들어선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광경은 노쇠한 할머니들 열 몇 명이 모여 앉아 양털을 훑어내어 실을 뽑아내고 있는 것이었다.

한 올 한 올 재빠른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그들의 그늘지고 고달파 보이는 얼굴에서 나라와 삶의 터전을 잃은 한 맺힌 역사의 설움을 읽을 수 있었다.

손수 수작업으로 카페트를 만들고 있는 작업실 내부를 잠시 둘러보고 난민촌을 빠져 나왔다.



페와 호수 주변으로 산책을 한 후 호텔로 돌아왔다. 한 시간 넘게 더운 물에 몸을 맡기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저녁은 한국의 신선로와 비슷한 요리가 나오는 티베트 정식으로 가이드와 함께 했다.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 내일 일출 사진을 찍기 위한 장비를 점검하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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