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이야기] “위헌 소지있다” VS “대선 공약 이행을”

 

지난달 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 구성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정개특위는 이달 31일까지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문제, 지방교육 자치제도 개선 등 이번 6·4 지방선거의 틀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개특위는 지난달 27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관련 공청회, 이달 7일 교육자치선거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어 오는 20일 전후로 특위 전체회의를 연 뒤 27~28일까지는 법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정개특위의 핵심 쟁점은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다.

민주당은 강력하게 폐지, 새누리당은 위헌소지가 있다며 폐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폐지 여부가 선거 결과와 직결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각당의 이해득실 관계로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특위가 성과없이 막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대선후보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앞다퉈 공약으로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지방선거 의회 여러분의 독립성 확보가 무척 중요한 과제”라며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여러분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드렸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시기에 야권의 문재인·안철수 후보도 정치개혁을 위해 기초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정가의 뜨거운 감자가 된 정당공천폐지 공약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이다.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위원장·이한구 의원)는 지난 6일 “특별·광역시 기초의회(구의회)를 폐지하고, 현재 세 번 연임이 가능한 광역단체장 연임을 두 번으로 줄이고,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이 공동후보로 등록하거나 러닝메이트로 뛰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새누리 ‘야권 분산효과 여당 유리’ 계산

또한,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 소지의 가능성이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기초공천제를 폐지하면 많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기초공천제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하며 여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공통의 공약임을 내세워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백재현 국회 정치개혁특위 간사는 새누리당 당헌·당규개정특위 방안에 대해 “이것은 한 마디로 국민과의 약속인 대선공약의 파기선언 시도이며,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국민 불통이자, 교육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며 “이는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물타기를 위한 초헌법적 꼼수”라고 받아쳤다.

그는 또한 “우리 헌법에서는 지방자치를 의회에 두도록 하기 때문에 의회가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원칙적으로 존립할 수 없다”며 “지방의회 의원선거권은 국민 헌법상 기본권임을 우리 헌법에서는 분명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박기춘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정개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에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전제로 한 ‘지방선거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한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공천제 폐지가 ‘위선적인 개악’이라며 맞대응했다. 공천제 폐지의 문제점이 불 보듯 뻔한데도 민주당이 포퓰리즘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학용 정개특위 간사는 “정당공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은 국민께 설명하지 않고 일단 지방선거에만 폐지해보자는 것은 정략적인 행동”이라며 “간담회와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공천 폐지에 따른 위헌 가능성을 우려했고, 공천을 폐지할 경우 무자격 후보의 난립, 국민의 알권리 침해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부작용에 대한 아무런 대안도 없이 국민의 인기에 영합해 불쑥 기자회견 열고, 한시적 공천 폐지를 제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주당의 제안에 일축했다.

여야가 이처럼 정당공천제 폐지를 놓고 대립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 ‘현역 프리미엄에 安 신당 견제’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쪽이 유리하다. 공천권의 여부는 중앙당이 지방정치를 장악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된다.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기초단체장 후보들에 대한 중앙당의 장악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또한, 여야 다자구도하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선다면 야권의 표가 분산되는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여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당공천제를 현행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정당공천제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우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수도권에서 현직 단체장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이점이 있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되면 신인보다는 현직이 유리하다는 ‘현역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야권 내 경쟁 세력으로 떠오른 ‘안철수 신당’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아직 출범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 턱없이 밀리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에 뒤지면 당의 존립까지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더욱이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안철수 신당에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안철수 신당을 최대한 견제하고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주당은 호남지역 대부분의 현역 기초의원·단체장들을 보유 중이어서 정치 신인들로 선거를 치러야 할 ‘신당’ 보다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安 신당 “공천 폐지 국민과 약속 지켜라”

‘안철수 신당’ 측도 민주당의 주장과 같이 정당공천제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지난 7일 “기초선거 정당공천 배제는 국민과 약속이며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와 함께 여성의 지방정치 참여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여성 명부제 도입과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지 않기 위한 정당기호 순위제도 폐지”를 촉구했다.

안철수 신당 측이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새로운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 여야 정치권이 과감하게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을 계속 강조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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