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으로 식품과 화장품 등에서 점차 퇴출되고 있는 ‘파라벤’ 계열의 방부제가 치약, 가글액(液) 제품에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다량으로 노출되면 인체의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켜 성장기 어린이의 미성숙이나 성조숙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 방부제 파라벤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소변 대부분에서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만 3∼18세 어린이와 청소년 1021명을 대상으로 파라벤류 4종의 검출 여부를 조사한 결과 메틸과 에틸, 프로필, 부틸파라벤이 각각 97.5, 89.6, 90.5, 26.8% 검출됐다고 최근 밝혔다. 분석 대상자 거의 모든 소변에서 파라벤이 검출된 것이다.

연령별로는 모든 물질이 3∼6세에서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3∼6세의 파라벤류 검출농도는 메틸, 에틸, 프로필, 부틸이 각각 110.4, 16.9, 9.8, 0.7㎍/g-크레아티닌으로 전체 평균 64.2, 10.5, 4.7, 0.5㎍/g-크레아티닌보다 훨씬 높았다. 3∼6세에서 파라벤류 수치가 높게 나타났는데, 색조 화장품을 자주 쓸수록, 하루 양치질 횟수가 많을수록 소변 중 파라벤 농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린이들에게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치질을 잘하도록 교육을 해왔는데, 치약에 어린이들에게 유해할 수 있는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었다니,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먼저 미만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황망할 따름이다.

방부제로 쓰이는 파라벤류는 파라옥시안식향산메틸 등의 이름으로 대부분 화장품 보존제로 쓰인다. 또 피부에 바르는 의약품을 비롯해 치약 등의 위생용품, 샐러드드레싱·마요네즈·주스 등의 식품에도 광범위하게 첨가돼 있다. 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와 생활용품업체의 유명 구강청결제 브랜드 대부분이 파라벤 계열 보존제인 메틸파라벤과 프로필파라벤을 0.05~0.1% 함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라벤이 호르몬 작용 등 내분비계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남아의 미성숙, 여아의 성조숙증 유발 등 매우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덴마크 정부는 프로필·부틸파라벤을 3세 이하 어린이용 화장품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노출로 인해 110여명의 산모와 어린이가 무고한 피해를 입었다. 가습기 살균제사용이 치명적인 폐손상을 가져오리라고는 시민들은 꿈에도 생각을 못 했으리라.

생활속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을 때는 끔찍한 흉기로 작용할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피해자들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못한 상태인데, 유사한 유해화학물질 피해 사건은 얼마든지 우리 생활 주변에서 일어날수 있다.

생활 곳곳에 숨여있는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서는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법’같은 관련 법에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노출가능한 물질에 대한 정보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이 도시생활이나 생활용품을 통해 노출가능한 물질이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수 있는 정도는 아닌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우리사회도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행정의 최고 목표로 여겨지는 시대로 가야 한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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