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이 한 번 비과학적으로 수립되면 그 이후 두고두고 얼마나 많은 낭비와 부담을 남기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는 국내외에 널려 있다. 일본의 NHK TV는 ‘테크노 파워-알려지지 않은 건설의 세계’라는 제목으로 1993년 8월부터 5개월에 걸쳐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들의 도시개발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묶어서 방영하였다.

이 프로그램 속에서 뉴욕과 도쿄는 콘크리트의 내용연수라는 한계에 부딪혀 중병을 앓고 있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길어봤자 100년밖에 안 되는 콘크리트의 내용연수 탓으로 지금 이 도시들의 하수구, 교량,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시설들과 주요건축물들이 지속적으로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현대 도시 속에서 발견한 것은 훼손되어 가는 쇳덩이와 콘크리트 조각의 건조물과 그것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는 인간의 투쟁뿐이다. 지난날 이런 건설물들을 짓기 시작했을 때, 당시의 첨단 기술이 오늘 이렇게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변할 줄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현재 -중략- 다만, 작업과 보수비용이라는 형태로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부담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끝을 맺고 있다.

도시계획 한번의 실수가 두고두고 발목

한 도시의 건설을 위하여 고려하여야 할 것이 비단 이와 같은 건설 기술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뉴욕을 비롯하여 세계의 대도시들이 건설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자동차의 증가로 교통 문제에 얼마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는 이미 세계적인 상식이 되었다. 용수 문제로, 에너지와 쓰레기 문제로, 치안과 교육, 문화, 위생 관련 시설의 적정한 배치와 공급 문제로 국내외의 많은 도시들이 숨 가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무모한 정치 개입이 도시 운명을 바꾼다

때로는 무모한 정치의 개입으로 한 도시의 운명이 당초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기도 한다. 가까이 우리의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값비싼 아파트들부터 도시의 중앙에 배치하는 바람에 당초에 계획했던 첨단 산업도시의 건설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는 예와 같은 것이다.

값비싼 아파트 탓에 인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값싼 산업용 부지는 공급하기 어렵고 특별한 법률을 만들어 이 가격을 낮추어 공급하려하지만 결국은 고스란히 재정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또한 이 지역에 낮은 임금 근로자들이 거주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면 당연히 저렴한 임금에 안정적인 고용을 기대하는 산업체의 유입은 어렵게 되고…, 결국 오늘 우리의 송도에서 보는 것과 같은 산업의 핵심이 없는 이상야릇한 신도시를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구월동의 농산물 시장은 그 동안 재배치를 놓고 여러 이야기들이 있었다. 이전 적지를 찾는 방법부터 개발의 방법 등을 두고 설왕설래만 하다가 차일피일 미루어져 온 문제다. 이 사업이 그 만큼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장의 임기 종료가 임박한 인천시 집행부가 땅 판 돈을 어디다 당장 쓰겠다는 것도 아니고 고스란히 새로운 농산물 시장 건설에 투입하겠다고 하면서 하필 지금 급하게 부지의 매각부터 서두르고 나서는 이유가 궁금하다.

대상이 되는 이 지역은 이제 인천의 도시계획 대상 부지 중에서도 요지 중의 요지로서 그 변경에 있어 고려하여야 할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곳이다.

매각 대금이나 그 대상의 적정성 따위는 오히려 다음이고 무엇보다도 우선 인천 교통문제의 핵심인 인천종합터미널의 재배치 문제가 매듭이 지어져야 하는 것이고, 부평과 남동공단, 송도신도시를 연결하는 축의 역할을 하는 인접도로의 교통 소통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곳에 대형 소비 도시를 건설하려면 송도에 신설이 계획되고 있는 쇼핑타운 건설 계획과 경합도 고려하여야 하고 대형 복합 시설이 들어오려면 아직도 뚜렷한 대책이 없는 동북아트레이드타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계산이 앞서야 한다. 이 도시에 ‘롯본기힐즈’가 들어온다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 자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음습한 계산 있다면 행정이 할 짓 아니다

설사 현 시장의 재선을 가정한다할지라도, 이 사업을 이용해 조금이라도 숨통을 터보겠다는 인천도시개발공사를 밀어내면서까지 인천시가 지금 이렇게 직접 서두르고 나서는 진짜 속내가 무엇인가.

그 동안에 이런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이 도시 어느 한 귀퉁이에서라도 의견이 모이고 연구가 이루어졌다면 그 내용이라도 먼저 밝혀야 하는 것이 시민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만일 그도 저도 아니고 다른 음습한 계산이 있거나 임기 말의 말뚝 박기라면 그야 말로 행정이 할 짓이 아니지 않은가. /하석용 공존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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