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일·생활 균형정책 세미나…"근로시간 단축 전제돼야"

시차출근제·탄력근무제 (PG).[연합뉴스]
시차출근제·탄력근무제 (PG).[연합뉴스]

[연합 고미혜 기자]'인구소멸' 수준의 심각한 저출생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일·생활 균형을 위한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18일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를 열고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정책 해법을 모색했다.

발제자로 나온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장시간 근로, 경직적 근로관행을 벗어나 일과 자녀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유연근무제는 일·생활 균형, 노동자의 웰빙, 성평등, 출산율 제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차출퇴근제와 탄력근무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는 많은 근로자가 희망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활용률은 높지 않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유연근무제 활용률은 2016년 4.2%에서 코로나19 이후 2021년 16.8%까지 증가했으나, 다시 감소해 지난해엔 15.6%에 머물렀다.

작년 기준 전체 임금 근로자의 47%가 현재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고 있지 못하지만, 사용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손 연구위원이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그 비율은 2018년 38%에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손 연구위원은 "유연근무 활성화를 위해선 업무 과정에 대한 통제보다는 업무 결과를 강조하는 직장문화 구축이 필수적이며, 조직 내 신뢰 구축이 전제돼야 도입과 유지가 가능하다"며 아울러 "유연근무제가 전통적 성역할을 강화하는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양성 평등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반적인 근로시간 단축과 양질의 촘촘한 돌봄서비스 제공이 전제돼야 하며, 노동자 스스로가 노동시간과 강도를 늘리는 '유연성의 역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유연근무제가 근무 방식의 표준으로 자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선 이미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육아휴직제를 도입한 롯데그룹, 전 직원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한 웹툰업체 재담미디어 등 출산·육아제도와 유연근무제 우수 기업 9개사가 성과와 노하우를 전했다.

일하는 젊은 부모들이 몸소 느낀 어려움과 건의 사항을 나누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핵심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회복하는 고용노동정책"이라며 "지금까지의 사고방식과 틀에 갇힌 관성적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모든 것을 원점에서 고민해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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