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환경단체 “독성제초제 발견” vs 남동구 “맹독성 아냐”

남동유수지 제초제 작업된 현장.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 남동구가 아이들도 많이 찾는 장소에 잡초 제거 목적으로 ‘제초제’를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단체들은 “제초제 자체가 맹독성”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남동구 측은 “맹독성이 절대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다.

26일 인천환경운동연합은 “남동구가 아이들이 많이 찾는 남동유수지 저어새 관측대 주변에 제초제를 뿌려 온통 노란색 얼룩이 져 있었다”며 “독성 때문에 사용제한이 있는 제초제를 이런 식으로 살포하면 어린이들에게 접촉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지난 24일 어린이 가족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남동유수지 일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을 하려던 장소에 다량의 제초제를 뿌린 사실을 알게 됐고 제초제가 뿌려진 곳들을 황급히 피했다는 것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측은 “최근 건립한 저어새 탐조센터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남동구청 측에서 잡초제거를 위해 제초제를 뿌렸다고 들어,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진행하려던 행사를 급히 변경해 몇 개 되지 않는 벤치와 탐조대를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천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제초제는 맹독성 물질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위험해 사용에 제한이 있으며, 구성 성분인 유기염소 화합물은 살충제로도 쓰이며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성분이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옷가지나 피부에 노출될 경우 위험할 수 있으며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견해다.

박옥희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제초제와 같은 물질을 저어새가 활동하는 구역 및 시민과 어린이가 찾아 활동을 하는 장소에 살포하는 행위는 규탄을 받아 마땅하며,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행정관청이 이런 행위의 주체란 점에서는 더욱 문제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박 사무처장은 “제초제라는 개념 자체는 ‘친환경’으로 정의할 수가 없다는 게 우리의 의견이며 게다가 남동구청에서 썼다는 제초제는 친환경 제품도 아닌 걸로 안다”며 “관측대 자리는 아이들 학습 프로그램도 많이 진행하는 곳으로 과거 제초제를 뿌리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약제 조치를 한 것은 문제”라고 의견을 냈다. 

 

남동유수지 구역에서 제초제 작업을 통해 죽어가고 이는 잡초들 모습. 사용된 제초제 유해 여부를 두고 환경단체와 남동구 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반면 남동구 측은 잡초 제거에 약재를 사용한 것은 맞으나 그것이 환경단체 등에서 우려하는 맹독성의 물질은 절대 아니라는 입장이다.

남동구 관계자는 “제초작업을 위해 구입하는 약재는 농림부에서 허가받은 것이며 현재 전국에서는 비선택성 제초제(어떤 식물이든 죽임)를 사용하지 않고 전국적으로도 저독성의 약재들을 쓴다”며 “독성 운운하는데 맹독성 물질 자체를 공기관에서 구할 수가 없다”며 억울해했다.

이 관계자는 “제초에 쓴 약재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자연분해 되는 것이고, 다만 잡초에 약이 작용해서 도태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는데 환경단체에서 그 과정을 목격하고 비판을 하는 것 같다”며 “과정조차도 최대한 안 보이게 하기 위해 대부분의 작업을 월~화요일에 했는데 흔적이 남았을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약제 대신 인위적인 작업(뽑거나 자르는 등)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았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남동산단 전체 공원녹지가 굉장히 범위가 넓은데, 구청 예산과 인원은 한정돼 있다 보니 선택적으로 인위적인 작업을 하기엔 우리 구 내부적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남동산단 근로자들이 녹지 관리를 빨리 해 달라는 민원들이 많았고 그 민원 대응을 하느라고 작업을 조속히 했어야 했다”면서 “면적 전체에 일률적으로 뿌린 게 아니라 인력들이 개인 펌프를 들고 다니면서 잡초가 난 곳에만 선택적으로 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어새가 찾는 곳이라 우려를 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알고 있고, 그래서 저어새 서식지 쪽으로 퍼지거나 하게끔 작업하지는 않았다”며 “저어새 서식에서도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게 제초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청 관계자는 “향후엔 어린이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판단되는 곳들은 약제를 사용한 제초작업을 되도록 안 하도록 행정방향을 정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남동유수지는 다음 달 중에 지역 환경단체들이 저어새 관련 행사 등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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