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거미 / 김 순자
친정집 마당가 살구나무도
사랑채 외양간도 그대로인데
아버지가 매어주신 새끼줄 그네
어디 갔을까?
바람 피한 헛간 구석 정원거미 한 마리
허물 벗고 몰려나온 새끼들에게 뼈도 없이
아삭아삭 뜯어 먹힌다
어미란 이름에 어미가 갇혀
족보 같은 껍데기만 그네를 탄다
조각난 퍼즐 속 그 어디서
고요히 웃으시는 우리 부모님
아뿔싸! 나도 거미였구나
살 오른 뱃살을 슬그머니 잡아 본다
두고 온 새끼들이 뒤통수를 툭툭 친다
이제 허물 벗을 때가 되었구나
주눅 든 살점이 간질간질 간지럽다
거미처럼 실을 뽑듯 서둘러
집으로 가는 길 비가 내린다
젖은 초여름 향풍을 타고
연초록 떡갈잎 화들짝 피어난다
※김순자 시인은...
충북 괴산 출생.
시집으로는 '풀잎은 누워서 운다', '청빈한 줄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