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민원 빈번한 10월에 관리지역 5곳 통과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마라톤 경기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인천의 주요 악취관리 지역만 골라 뛴다.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5년동안 8개 코스에 대해 검토해 마라톤 코스를 7월 초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마라톤 코스는 인천지역 7곳 중 5곳의 악취관리지역을 통과한다.

특히 마라톤 경기는 악취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는 시기인 10월2일(여자)과 3일(남자) 열리는 바람에 자칫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마라톤 코스 선정이 지나치게 콘셉트에만 치우친 나머지 환경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고, 선정위원회도 인천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알지 못하는 육상전문가로만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위는 송도센트럴파크를 출발해 송도국제도시-송도3교-인천항-동인천역-배다리길-봉수대로-청라국제업무지구를 거쳐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이어지는 마라톤 코스를 선정했다. 인천을 부각시키기 위해 바다, 공항, 구도심, 신도심을 거치도록 해 조화로운 모습과 인천의 발전상 그리고 경관을 보여줄 수 있다고 자평했다.

인천지역의 악취관리지역은 남동국가산업단지, 서부지방산업단지, 석남동·원창동 일반공업지역, 백석·오류동 일원, 동구 화수동 일원, 동구 송현동 일원, 검단일반산업단지 등 7곳이다. 이중 남동국가산업단지와 검단일반산업단지 등 2곳을 제외한 5곳을 마라톤 선수들이 지나게 된다.

마라톤 선수들은 송도국제도시에서 출발해 송도3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따라 뛰게 된다. 이 인근에는 수년째 악취민원이 들끓고 있는 갯골수로가 있다. 특히 물이 빠지는 간조때가 되면 악취가 진동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천항 앞을 지나 동인천역에서 배다리길을 통해 동구로 들어서면 대규모 공장들이 마라톤 선수들을 기다린다.

동구 화수동·송현동 일원 역시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3개 대규모 공장 가동으로 악취민원이 빈번한 곳이다. 지난해 동구지역 악취관련 민원 77건 중 90%가 이 곳에서 발생했다. 특히 상반기(27건)보다 하반기(50건)에 두 배 가까이 악취민원이 많이 발생했고, 아시아경기대회가 열리는 9월과 10월에는 하반기 50건 중 23건이나 발생했다.

동구를 지나온 마라톤 선수들은 SK인천석유화학과 폐수수탁업체들이 몰려있는 서구 석남·원창동 봉수대로로 들어서게 된다. 이 곳 역시 인천 최대 악취 민원 발생지역이다. 지난해 서구지역의 악취민원 1천300여 건 중 700여 건이 이 지역 일대에서 발생했다. 7월~10월 사이 악취민원은 900여 건에 달했다.

결승점인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으로 가기까지 마라톤 선수들은 주물공장이 빼곡한 서부지방산업단지와 수도권매립지 인근지역도 통과해야 한다.

 
서구 지역은 악취 뿐 아니라 대기환경도 좋지 않다.

지난해 서구지역(석남) 아황산가스(SO2) 농도는 0.0092ppm으로 인천전체 평균(0.0073ppm)보다 높았다. 아황산가스는 황산화물(SOx)의 대표적인 가스상 대기오염물질로 불쾌한 자극취가 있는 무색의 불연성 기체로 주로 금속용융, 석유정제, 황산제조와 같은 산업공정 등에서 발생한다. 특히 지난해 9~10월에는 4차례나 0.01ppm을 넘어서기도 했다.

악취와 함께 유독한 기체로 알려진 이산화질소(NO2) 농도도 지난해 10월 기준치를 한 차례 넘기기도 했다. 내연기관, 발전소와 같은 고온연소, 폭약, 비료, 필름 등의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물질은 대기 중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반응해 오존(O3)을 생성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제철·제강, 기계제조공장, 주물공장, 석유화학공장, 폐수수탁업체, 도금업체, 발전소 등이 밀집한 동구와 서구는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당시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에티오피아의 게브르셀라시에는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이유로 불참했다.

하지만 이번 마라톤 코스 선정은 이같은 지역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자칫 마라톤 선수들이 참가를 보이콧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마라톤 코스 선정은 도로의 높낮이, 포장 상태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며 “마라톤 코스 주변의 환경 위해 요소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 경기 당일 공장 가동을 중단해 줄 것으로 요청할 계획이다”며 “올림픽이 아닌 아시아경기대회라 그런지 아직 불참한다는 선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에서 조직위로 파견된 환경직 공무원은 2명(6급)으로 아시아경기대회 홍보 및 평가 업무만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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