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인천시장들 돈ㆍ측근비리 연루 '곤혹'

 
최기선
대우차 판매 3억 받은 혐의 3선 향한 도전 산산조각

안상수
굴비상자 청렴이 비리로 확대…이름같은 국회의원 볼멘소리

송영길
최 전 시장 대우 악연에 연루…최근엔 측근 비리로 '곤혹'

지방자치사에서 인천만큼 시장에게 잔혹했던 광역단체도 없다. 인천시장은 으레 비리 혐의에 얽혔고, 곤욕 치르기는 통과 의례였다. 무죄로 밝혀지기까지 최장수 인천시장인 최기선 전 시장은 잠시 영어(囹圄)의 수모를 겪었다. 안상수 전 시장은 돈다발로 둔갑한 건설업체의 굴비상자를 건네받았다가 동명이인 국회의원으로부터 ‘하필 안상수냐’는 지청구를 들었다. 송영길 현 시장은 믿었던 측근들의 비위에 곤혹스럽다. 흠집난 인사정책을 놓고 세인들이 입방아를 찧는다. 인천시민들은 자존심이 상한다.

▲대우는 인천시장의 무덤인가?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02년 6월13일)를 한 달여 앞둔 그해 5월10일. 최기선 전 인천시장이 구속 수감됐다. 대검찰청의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 과정에서 대우그룹의 자회사인 대우자동차판매㈜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였다.

최 전 시장은 구속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선 시장의 꿈으로 기세 등등했다. 그해 3월 미국 뉴욕 현지에서 송도 정보화 신도시 국제비즈니스센터 조성을 위한 본계약을 게일사와 맺었다.

3선 향한 그의 도전을 산산이 조각낸 것은 대우였다.

A 전 대우자판 건설부문 사장이 수사과정에서 1998년 3월 인천의 한 호텔 옥외 주차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백한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우자판은 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송도유원지 일대 91만4천㎡에 땅이 있었다. 대우는 그 땅에 그룹 본사를 옮겨 대우타운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러자면 자연녹지였던 땅을 주거나 상업용지로 용도변경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편의 제공 청탁과 함께 현금 3억원이 든 돈 가방을 최 전 시장에게 넘겼다는 전 전 사장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A 전 사장의 폭로는 믿을 수 없는 진술이라고 법원은 판정했다. A 전 사장은 “최 시장이 차를 직접 몰고 와 옥외 주차장에 세운 승용차 트렁크에 돈 가방을 넣었다”고 진술했다. 사실 최 시장은 운전할 줄조차 모른다. 대법원은 2005년 3월10일 최 전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확정했다.

▲꼬리 무는 대우의 악몽

A 전 사장의 폭로성 진술로 시작된 대우의 유탄은 인천의 다른 정치인들로 향했다.

2002년 6월10일 서울지법 심리로 열린 최 전 시장에 대한 2차 공판 증인으로 출석한 A 전 사장은 충격적인 발언을 터뜨렸다. “하청업체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10억5천만원 중 1억 원을 송영길 국회의원(현 인천시장)에게 전달했다”는 증언이었다. 그는 협력업체에 하도급을 주면서 지급공사 대금을 실제보다 부풀려 회사에 32억여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이미 구속된 상태였다.

송 시장은 당시 “안상수 전 시장과 붙은 1999년 6·3 국회의원 보궐선거 때 연세대 동문회장인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A 전 사장을 통해 전달한 1억원을 받아 선거자금으로 썼다”며 “받은 돈은 대가성이 없는 격려금 명목이었고, 선거에서 9천여 표 차로 진 충격이 너무 커 영수증 처리할 못했다”고 밝혔다. 이 일로 송 시장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시민연대 뽑은 낙천대상자 명단에 올랐다.

송 시장과 대우와의 질긴 악연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송 시장의 최측근인 김효석 전 인천시장 비서실장이 지난 10월15일 구속 기소된 것이다. 그 뒤에는 대우가 있었다. 인천도시공사가 발주한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 아파트 건설 사업과 관련해 지난 2011년 5월 대우건설 건축사업본부장으로 공사 수주 부탁과 함께 5억 원을 받은 혐의다.

▲‘안상수’ 이름이 같아서 괴로웠다.

2005년 10월7일 인천시청 국정감사장. 한나라당 안상수(安商守·경기도 의왕과천시) 전 국회의원이 대뜸 안상수 전 시장에게 물었다. “안 시장은 명패를 한자로 써요? 한글로 써요?” 안 시장은 한글로 명패를 새겨 쓰고 있었다.

안 전 의원은 “국민들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한자 명패를 쓰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내가 안 시장과 동일 인물인 줄 알고 심지어 의왕, 과천 시민들까지 전화를 걸어 물어보는데 난감하다”라는 얘기였다.

2004년 8월30일 안 전 시장은 중국출장 중이던 그해 8월28일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던 여동생 집에 2억원이 담긴 굴비상자가 배달된 사실을 시 감사관실 클린신고센터에 알렸다. 굴비 대신 돈다발 상자를 보낸 이는 광주광역시에 주소를 둔 보성건설 대표였다. 이 회사는 당시 개구리가 뱀을 잡아먹는 격으로 ㈜한양을 인수한 뒤 인천서 사업 확장을 시도했다.

당시 인천시 고위 간부는 ‘이참에 청렴성을 알리겠다’는 안 전 시장의 속내를 읽고 특정 언론에 살짝 흘렸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안 전 시장의 비리 사건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인천경찰청은 신고 바로 다음날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고, 그해 11월12일 인천지검에서 불구속 기소를 하기 전까지 계속됐다.

안 전 시장의 굴비상자 사건은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발표된 피의사실 공표 금지 방침의 발단이 됐다.

안 전 시장의 굴비상자 사건 때 피의사실이 낱낱이 알려져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노 전 대통령이 ‘수사과정에서 인권보호대책을 강구해보라’고 지시한 것이다. 안 전 시장은 2005년 2월17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안 전 시장 굴비상자 사건 때 시 고위 간부는 최근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공사 발주와 관련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송 시장의 또 다른 최측근과 함께 수사선상에 있다. ㈜한양은 인천서 사업은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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