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간호윤 인천신문 논설위원.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는 일이 비단 가혹한 독재국가만의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서 '가혹한 독재국가'는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난 3월7일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는 2024 민주주의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해당 보고서에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autocratization)로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 중 한 곳"으로 적시했다.

윤석열 정권 2년만에 무려 179개국 중, 자유민주주의 지수가 '문재인 정권 17위에서→28위→47위'로 30위나 추락하였다.

민주주의 지수 하락 항목들로는 성평등에 대한 공격, 전임 정권 및 야당을 향한 강압 조치, 언론 자유 훼손 등을 들었다.

무뢰, 무식, 무지, 무도, 무치, '5무(無)'로 무장한 검찰 독재 정권에만 화살을 돌릴 게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도 지적했듯이 바로 언론이다. 

나라를 이렇게 만든 제1원인은 대통령이지만 제 1부역자는 조·중·동을 비롯한 족벌·세습·수구 언론들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일부 언론의 자발적 복종의 맹서는 대한민국을 독재 후진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태원 참사가 나도, 채상병 사건처럼 국기문란 사건이 나도, 서민 예산이 깎여도, R&D(연구 개발비) 예산이 줄어도, 부자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조치를 해도,…언론의 사명을 저버리고 ‘윤-한 비어천가’를 부르며 ‘아부의 미덕’을 숭배한다. 그러니 일부 국민들은 가스라이팅을 당하여 개소리(bullshit,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저널리스트 제임스 볼이 주장하는 사람들을 현혹해 세상을 지배하는 ‘가짜뉴스’)를 언론이라 굳게 믿는다.

근대 중국 지식인인 궈모러(郭沫若, 1892~1978)가 쓴 ‘기러기가 거북에게 준 언론 자유’라는 우언(寓言,우화는 일본말이다)이 있다. 그 이야기를 약간 각색해 보았다. 기러기가 백성들의 입을 막으며 나라를 제멋대로 통치하였다. 이에 거북이 몹시 분개하여 언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기러기는 생각했다. ‘백성들이 모두 들고 일어나 나에게 반대하는 날이면 큰일이다. 더구나 거북이란 놈이 늘 군중을 선동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 날 기러기는 좋은 방법을 생각했다. 기러기는 포고문을 내걸어 언론을 개방하며 자유를 준다고 선포했다. 

그러고는 거북으로 하여금 대나무를 물게 하고 물오리 형제를 불러다 그 대나무 양 끝을 잡고 날아오르라 했다. 기러기는 거북에게 눈을 부릅뜨며 엄포를 주었다. "민주주의 언론이란 이런 것이다." 거북은 결사적으로 대나무를 악물고 허공에서 발을 버둥댔다. 거북은 우둔했지만 이치만은 알고 있었다. 입만 벌리면 즉시 떨어져 죽고 만드는 것을, 거북은 그렇게 '말 없는 거북'이 되었다.

이 우언은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중에서 ‘깟짜빠 자따까(Kacchapa-jātaka)’의 ‘말 많은 거북’에서 빌려왔다. 칫따꾸따산에 살던 거북을 히말라야 높은 곳에 사는 기러기들이 초대했다. 거북이 혼자서 오르지 못하기에 기러기들은 거북에게 막대기 가운데를 물면 자신들이 그 양끝을 잡아서 날아갈 것이라 했다. 기러기들은 거북에게 막대기를 놓치면 안 되니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기러기와 거북이 날아가는 기이한 모습을 본 마을 아이들이 쫓아가면서 거북을 놀렸다. 이에 격분한 거북은 아이들을 꾸짖고 욕하였다. 입에서 막대기를 놓친 거북은 베나레스 궁전 안뜰에 떨어져 등이 부서져 죽는다. 

이 이야기는 말조심하라는 경계를 주지만 언론이라면 깟짜빠 자따까의 거북이가 되어야 한다. 자기가 백성을 탄압한다고 말하는 독재자는 없다. 언론이라 함은 골수에 박힌 나랏병을 고치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마음속에 부글부글 울분을 토해내듯, 도끼 하나 옆에 놓고 오두가단(吾頭可斷,내 머리를 자르라) 각오로, 손등에 서슬 퍼런 정맥이 솟게 붓을 잡아 써야한다. “당신이 독재자다!”라고, 등이 부서져 죽을 지라도, 그것이 바로 민주주의 언론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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