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춘 시장에게 직접 보내... 박 시장 “조정자 역할 하겠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전경. ⓒ인천산선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인천 시민단체들이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 건물의 존치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박남춘 인천시장에게 직접 보냈다.

89개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1일 “민간영역의 개발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가치를 지키도록 행정을 펼치는 것이 시민의 시장을 강조하는 시장의 책무”라는 메시지를 담아 박 시장에게 공개서한의 형식으로 보냈다.

재개발 등 도시정비의 영역은 시에서 결정을 하고 승인하게 돼 있는데, 시는 지난 19일자로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에 대해 인천산선의 철거를 전제하는 내용으로 고시를 발표했다.

시가 조합과 범대위에 대한 조정과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약속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시를 한 만큼, 인천산선을 지키고자 했던 지역사회의 실망감은 곧바로 박 시장을 향하고 있다.

범대위는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구현하겠다고 천명했던 박 시장 치하의 인천시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교회의 산업유산 기념 시설 지정 등에 대해 협의체 구성과 동시에 박 시장에 대한 면담 등을 요청했다.

시는 이같은 고시가 법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는데, 지역사회나 범대위 등은 고시가 법이나 행정 등에 있어서 효력을 분명히 지니는 만큼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고시와는 별도로 조정의 가능성이 완전히 물 건너간 상황은 아니다. 시와 조합, 교회 및 범대위의 협의 지점이 발생된다면 가능한 시나리오는 만들어질 수 있다. 그 협의 내용에 따라 변경 고시 절차를 다시 밟으면 되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사안의 책임자인 원도심재생조정관에게 전향적인 조정자의 역할을 다하도록 지시했으며, 나 역시 (교회 및 범대위 측을) 직접 만나 뵙고 상의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전날인 20일 최도수 시 도시재생녹지국장도 “재개발조합과 교회 측에 중재하겠다는 입장은 변함없는 만큼 향후 다각도로 검토하고 중재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인천산선은 조지 오글 선교사가 지난 1961년 설립했다. 인혁당 사건 피해자들을 위해 공개 기도회를 여는 등 유신 정권에 맞서기도 했고, 동일방직 분뇨 투척 사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피신처 역할을 하는 등 인천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흔적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아왔다.

이곳에 2009년부터 추진해왔던 화수·화평 재개발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다 지난 2019년경부터 다시 사업이 진척 양상을 보였는데, 그 영향으로 철거 위기에 놓이게 됐다.

여기에 최근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인천산선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표지석이나 별도 공간을 마련하라는 조건부로 사업 승인을 하고 지난 19일 정비구역 지정 결정 고시를 내리면서 사실상 철거 직전 상태에 놓이게 됐다.

그러자 김정택 목사 등이 “반드시 인천산선을 지켜야 한다”며 단식 농성에 나섰다. 그러나 단식 한 달째가 된 김 목사의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단식은 결국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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