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회관·애경사 못지키고 도시산업선교회 건물도 최근 철거 결정내려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최근 철거 결정을 내린 인천시 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전경. 철거 결정 직후 지역의 여러 인사들이 철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제공 =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

 

인천시가 겉으로는 건축자산을 보존하겠다는 자세를 취하면서, 뒤로는 역사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을 철거하는 행정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는 시가 도시의 가치를 균형있게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인천시는 29일 오후 중구 아트플랫폼에서 시 주최로 ‘개항장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건축자산 보전·활용을 위한 시민·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개항장의 어제와 오늘, 사람들에게 공간을 잇는 길의 의미, 인천 산업유산의 의미를 주제로 6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진행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건축자산에 관심 있는 전문가와 시민 총 60명이 그룹별로 나누어 건축자산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직접 돌아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참여 소통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시는 지난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인천시 건축자산 기초조사를 완료했고 그 결과 중구 옛 우체국, 아트플랫폼, 북성포구, 화수부두 등 총 492개의 건축자산을 목록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기초조사의 후속 조치로 건축자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 것인가의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자 올해 1월부터 건축자산 보전방안과 진흥구역 지정 및 관리계획 수립 절차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시는 이 간담회를 개최하면서 “건축자산이라는 것은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현재와 미래의 사회·경제·경관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지니거나 지역의 정체성을 가진 건축물, 공간환경, 기반시설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29일 ‘인천시 건축자산 보전․활용을 위한 소통의 장 마련’이라는 제목으로 내보낸 보도자료 일부. “건축자산이 보전 활용되도록 정책화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최근 시 도계위의 결정을 감안하면 “시 스스로가 내민 정책을 거스른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시의 이 설명대로라면 최근 지역사회에서 철거 결정으로 논란이 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감리교회를 비롯해 지난 2017년 연달아 헐린 애경사와 가톨릭회관 등 인천지역 현대사에 오롯이 기록된 건물들을 시가 보존하지 못한 데에 있다.

물론 그렇게 철거된 건물 중에서는 관할 구가 먼저 나서서 ‘기습철거’를 했던 경우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시가 먼저 나서서 손을 쓰지 않은 것은 분명 지적사항이다.

특히 시는 최근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인천 노동운동과 현대사의 유산으로 기록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에 대해 “재개발조합 구역 내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철거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과정은 조금씩 달랐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인천 현대사에 기록되는 건축자산들이 연달아 허물어진 것이다.

특히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철거 결정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기초조사도 하고 계획도 수립하겠다”던 시가 전혀 반대되는 결정을 한 셈이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61년부터 역사를 시작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은 지난 1978년 인천 노동운동사의 아픔 중 하나였던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피신처 역할로 역사에 기록돼 있다. 1907년 설립된 화도감리교회는 일제 강점기 시절 청년운동 및 시민계몽운동 등의 중요한 근거지였다.

“건축자산을 어떻게 보전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겠다”는 인천시는 사실상 스스로의 약속을 거스르고 있는 형국인 셈이다.

따라서 시가 건축자산 보전 등을 주제로 간담회 등을 개최할 자격이 과연 있는지에 대해 지역사회는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건축자산 이슈에 대한 간담회와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겉으로만 건물을 지키겠다’고 밝히는 일종의 요식행위로 해석할 수 있고, 시선에 따라서는 ‘지켜야 할 곳’과 ‘그렇지 않아도 되는 곳’의 개념을 선 긋듯이 접근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

한 동구 주민은 “요즘 인천시가 독립 40주년이다 뭐다 하는 기념을 하면서 시장 관사로 쓰던 건물과 그 주변 개항장 건축유산은 소중하다고 지키려 하는데, 그 외 지역은 헐리든지 말든지 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문제로 지적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도시의 각 구역에 대한 의미나 역사 등을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볼 수 있는 멘트다.

비슷한 이슈들이 있을 때마다 철거에 무게를 둔다고 평가받는 시 도계위 구성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시 도계위 내부에도 소위 ‘보존파’와 ‘개발파’들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의 도계위가 내린 결정들을 보면 개발론자들의 분포도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로 시가 건축자산의 보전 의지가 있다면, 간담회를 하는 등의 요식행위보다는 현재의 도계위 구성부터 바꿔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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