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학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수도권매립지 주변 영향지역 4만여 주민들은 수도권지역 발생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와 국민의 환경권 보호를 위해 고향땅을 내주고 26년간 고통을 감내해 왔다. 26년 전 평온하고 고요하던 고향땅에 인천·경기·서울 3개 시·도의 폐기물을 받아들였던 것은 국가정책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자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난 2015년 6월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가 최종합의문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관리를 환경부에서 인천시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 합의문에 정작 당사자인 매립지 영향 주민들은 배제되었다는 사실이다.

이후 주민들은 희생을 감내한 대가가 정책결정에서 소외되었다는 사실에 4자협의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법적 구속력이 없는 4자간 일방적인 합의문 발표로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한 문제해결은커녕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초래한 것이 사실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한 국회의원이 매립지공사법 폐지법률안을 제출하였다. 주민들은 이런 정치인들의 행동이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무시한 6.13선거용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주민들이 줄곧 반대해온 사안을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법안을 발의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은 서구 지역구도 아니어서 매립지 사정을 알지 못할 것이다. 매립지가 조성될 당시 쓰레기침출수가 무릎까지 빠지고, 길가에 음식쓰레기가 널려 있는 상황을 겪어보았는가 묻고 싶다. 파리와 모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문을 꼭 닫고 생활하는 고통을 겪어보았는가 물어보고 싶다.

공사 관할권의 이관문제는 지자체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중립적 차원에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환경권 생존권과 수도권 전체의 환경적 측면까지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이나 전문가 공청회 한 번 거치지 않고 환경부장관과 수도권 3개 단체장의 의견만으로 공사 관할권 이관을 결정하는 것이 맞는 행위인지 알 수 없다.

국가가 관리하던 수도권매립지 관리권을 인천시로 이관할 경우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1990년대 서울시·인천시·경기도가 공동으로 수도권매립지운영관리조합을 설립해 운영하였으나 지자체간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과 책임전가 등으로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와 주변지역 환경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2000년 수도권매립지를 더 효율적으로 책임감 있게 운영·관리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공사를 설립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결국 수도권매립지운영을 국가관리 체계로 전환하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관할권을 지자체로 이관한다는 것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설립과정과 배경을 간과하는 것이다. 당시 정부공사로의 이관은 매립지 운영과 관리 전문성과 객관성·중립성(공정성)을 위한 필연적 조치였기 때문이다. 

공사이관을 할 경우 3개 시·도의 협력적 수도권매립지 운영이 불가능하며, 국가가 지원하고 성장시킨 폐기물전문기관의 해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또 수도권매립지를 실리추구 도구로만 인식해 환경관리의 질적인 저하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수도권매립지 운영은 국가관리체계가 답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은 4자협의체의 합의를 철회하고 주변영향지역 주민과 재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또 수도권매립지를 국가에서 책임관리를 하며 지방공사화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환경부와 3개 시·도는 대체매립지를 즉각 조성하고, 인천시는 반입수수료의 50% 가산금을 주변영향지역 환경개선에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4만여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이용학 수도권매립지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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