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철새라고 했던가. 그들은 결코 철없이 기회만을 엿보는 존재가 아니다. 무위도식하는 존재가 아니다. 철에 따라서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 수천 수만리 길을 힘겹게 날아와 생존을 위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한다. 그들은 수고한 만큼 먹이를 얻을 줄도 안다.

그럼에도 못난 인간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철새’ 같다고 한다. 특별히 일부정치인들을 빗대서 그렇게 표현한다. 하지만 어디 철새들이 인간과 같은 ‘철새짓’을 하던가.

철을 따라서 이동은 하지만 다른 곳으로 가지 않는 것이 철새의 습성인 것을 알고도 어찌 그리 말할 수 있으랴. 철저하게 질서를 따르며 생존을 위한 수고를 하고 있을 뿐이다. 누구도 대신 먹이를 챙겨주지 않는다. 자신이 수고한 만큼 먹이를 얻을 뿐이다.

그러니 자기 못난 것을 그냥 인정하면 될 것을 애꿎은 철새를 탓하고 있는 것이 못난 것 아닌가.

그들은 기회를 봐서 다른 무리와 섞이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등쳐먹는 일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추워도 힘 있는 놈이 대신 먹이를 구해올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춥다고 웅크린 채 누군가 갔다가 주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먹이를 모아다 창고에 쌓아놓고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싸우지도 않는다.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해서 평생 먹을 것을 모아놓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더 챙기겠다고, 더 높이 오르겠다고 기회를 엿보며 이리저리 자기 유리한 곳을 찾아 기웃거리고 있지 않는가. 거기가 어디든 먹을 것을 찾으면, 자리를 틀고 앉는다. 그것이 무엇이든 상관치 않고 먹겠다고 덤벼든다. 사기를 친다. 먹이 경쟁이야 철새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인간들처럼 쌓아놓겠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철새를 비유로 삼고 있으니 못난 것은 인간 자신이 아닐까. 자신이 못 났음에도 애꿎은 철새를 탓하는 것은 인간의 잘난 자존심 때문이라면 분명 비겁한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어디 철새들이 자기 무리를 쉽게 떠나서 이리저리 다니던가. 녀석들이야 오늘도 오직 한 끼의 먹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날고 있을 뿐이거늘 누가 철새라 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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