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간에는 참 기분좋은 일이 있었다. 국선변호를 맡았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이 되고는 변론을 잘 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다.  

 

국선변호를 하면서 잘 해결이 되는 경우에 간혹 인사를 오는 경우는 있지만 이 사건은 특히 피고인의 딸의 정성이 아버지가 집행유예로 석방이 되는 데 큰 기여를 하여서 기억이 난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그 피고인은 사업상 부채가 늘어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캐피탈에서 1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빌려쓰고는 변제하지 못하여 사기죄로 고소를 당하고 결국 구속까지 되었던 것이다.

이런 사기사건에서는 피고인이 실형을 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피해자의 피해를 변상해주고 합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버지가 구속되자 그의 딸은 아버지를 구명을 하기 위해서 채권자인 캐피탈에 열 번 이상을 찾아가서 합의서를 받아 온 것이다. 채권자는 처음 그 녀가 찾아가자 최소한 손해금의 절반은 마련해와야 합의를 해줄 수있다고 하면서 합의를 거절하였다.

손해액의 절반이면 5천만원인데, 아직 사회 초년생이던 그녀는 이만한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그 딸은 채권자로부터 합의거절을 당하고 나와서, 돈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보았다. 그녀는 직장인에게 급여가 어느 정도되면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을 찾아갔다. 그녀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대한을 알아보았더니 총 1천만원을 대출받을 수있다고 하였다.

그녀는 일단 1천만원 대출신청을 해놓고 다시 채권자를 찾아가서 우선 1천만원을 지급받고 그 다음에는 아버지가 출소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나머지 금액을 변제하겠다고 사정을 하였다. 채권자는 그녀가 나머지 금액에 대한 보증을 서면 합의를 해주겠다고 하였지만 그녀는 그것까지 보증을 서라는 것은 무리라고 거절을 하였다.

채권자는 그 이후에는 아예 그 녀와 상대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만나는 것조차 거절하였지만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그 이후에도 8차례를 더 찾아가서 온갖 사정을 해서 급기야 합의서를 받아가지고 왔다.

통상 캐피탈이 채권자인 경우에 원금의 10%만을 변제받고 합의를 해주는 경우는 거의 보지를 못했다. 아마도 그녀가 채권자와 합의를 이끌어 낼 수있었던 것은 그 녀의 진정성있는 설득과 아버지를 구명하려는 갸륵한 마음과 정성이 채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녀의 이러한 갸륵한 마음과 정성은 그녀의 말을 통해서 채권자에게 진정성있게 전달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유독 우리 나라는 말을 주제로 한 속담이 많다. 흔히 아는 속담으로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고 하는 말은, 말은 많이 하면 해가 되는 일이 많으니 말을 조심하고 삼갈 것을 권고하는 것이다.

또한 ‘한 말은 삼년가고, 들은 말은 백년 간다’는 속담은, 남에게 듣기 좋은 말은 쉽게 잊혀지지만, 듣기 싫은 말을 하면 그 말이 상대방의 마음 속에 오랫동안 사무치기 때문에 듣기 싫은 말을 하지 않도록 권면하는 것이다.

또 이런 속담도 있다. ‘구슬 이지러진 것은 갈면 되지만 말 이지러진 것은 바로 잡을 수없다’고 하거나 ‘칼 날 흠은 고쳐도 말 흠은 못고친다’고 하는 것은, 한번 입 밖으로 나간 말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도 고칠 수도 없고 바로 잡을 수도 없으니, 소리내어서 말하기 전에 더 많이 생각하라는 취지일 것이다.

‘어’해 다르고 ‘아’해 다르다고 하는 속담은 사소한 차이가 있는 말일지라도 그 것이 상대방에게 주는 느낌이 크게 다를 수있으므로 말씨에 조심할 것을 경계한 것이다. 이런 사소한 말의 의미는 일상에서도 흔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전화를 걸었는데 상대방이 빨리 받지 못했을 때, 상대방이 어떤 사정에서 전화를 받지 못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왜 전화를 안받아’라고 하면, 듣는 상대는 전화를 못받아서 미안한 생각보다는 상대에게 야단을 맞는 기분이 들어서 기분이 불편해 진다.

그러나 ‘바쁜가보지 전화를 빨리 못받네’라고 하면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다 자신의 형편을 배려받았다는 생각에 감사한 생각까지 든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사슴은 사향 때문에 죽고, 사람은 입 때문에 죽는다’고 했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속담이다. 촌철살인이라는 것은, 짧은 말로도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밖아 아프게 할 수도 있고, 영원히 원수를 만들 수도 있음을 알려서 간단한 말이라도 조심해서 하라고 경계시킨다.

요즘 우리 사회는 말이 이슈다. 국민들에게 스스로 한 말을 지키지 않아서 구설수에 오른 최고권력자로부터, 적절하지 못한 말을 해서 자리를 보존하지 못한 공직자도 있다. 모름지기 말이라는 것은 마음에서 갈고 닦아서 상대방과 진정성있는 대화로 신뢰를 쌓는 것이 어떠한 보물보다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살아야 할 일이다. /안귀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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