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홍을 아십니까. 무술감독으로 국내 영화계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온 정두홍 감독이 최근 본격 연기에 나섰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짝패’에서 스스로 주연을 맡은 류승완과 호흡을 맞춰 주연급 연기를 선보이는 것. 무술연기에서 감정연기까지, 정두홍을 두고 사람들은 요즘 물만난 고기라는 표현을 쓴다.

◆짝패는 어떤 영화

2005년 전북 온성이란 소도시가 배경이다. 서울에서 형사생활을 하던 태수(정두홍)는 어린 시절 죽마고우 왕재(안길강)의 부음을 듣고 십여 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그는 장례식장에서 오랜 고향친구들인 필호(이범수)와 석환(정석용), 동환(류승완) 형제와 재회한다. 왕재의 갑작스런 죽음에 의문을 품은 태수는 서울로의 복귀를 잠시 보류하고 며칠 더 고향에 남기로 한다.

친구 석환의 동생 동환과 왕재의 죽음을 조사하던 태수는 뜻밖의 사실, 그러니까 왕재를 필호가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경악한다.

‘짝패’는 친구의 복수를 하려는 두 남자, 두 짝패의 이야기인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는 찌든 삶에 몸부림치는 이 세상 아랫 것들의 심란한 마음들이 담겨져 있다.

선과 악의 사는 ‘꼴’들은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지방의 한 소도시를 무대로 조그만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영화 속 인물들은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 비루하긴 마찬가지다. 서로의 등과 배에 칼을 꽂고 몸서리친다 한들, 인생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무술감독은 카메라 뒤에 선다. 이번엔 제대로 앞에 섰다.
▲앞에는 무슨…내 연기는 내가 봐도 으…그냥 류승완 감독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니 내 연기의 공과는 전부 류승완 감독 몫이다.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맞다. 알게 모르게 많이 했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내추럴 시티’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등. 무술연기를 하다 보니 주로 악역을 했다. 이번은 아니다. 이번엔 좋은 쪽이다.

-주연을 맡은 기분이 어떤가?
▲주연이었나?(웃음) 난 그런 거 모른다. 정말 그냥…열심히 찍었을 뿐이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나에게 그런 욕심은 없다. 류승완 감독과 맘이 맞았고 둘이서 이런 영화를 정말 하고싶었을 뿐이다.

-이런 영화라면?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하고 지나치게 와이어 액션을 쓰지 않는, 몸으로 하는 액션영화를 말한다.

-영화속에서 술먹고 하는 감정연기가 있다. 웬만한 연기자 뺨치더라.
▲아 그거…근데 그거 열 몇차례 찍은 거다. 얼마나 힘들던지 말도 마라.

-앞으로 연기를 계속할 건가?
▲언제는 연기를 하지 않아 왔나. 무술연기 역시 엄연한 연기 장르의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내 영화연기는 계속된다. 그리고 지금 작업중이긴 하지만 직접 감독을 하는 작품을 한편 준비중이다. ‘바운스’란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블랙 레인’이란 작품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라면 느낌이 올 것이다.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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