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3’에서 시작해 ‘다빈치 코드’를 거쳐 ‘포세이돈’ ‘엑스맨’ ‘캐러비안의 해적’ ‘슈퍼맨’ 등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파고 속에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일 한국영화들이 잇달아 개봉됐거나 곧 개봉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8일과 25일에, 각각 개봉된 ‘가족의 탄생’과 ‘짝패’를 비롯해 ‘구타유발자들’(5월31일 개봉) ‘괴물’(7월27일) ‘강적’(6월22일) 등은 모두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한 새로운 장르의 영화이거나, 만듦새가 탄탄한 영화들로 평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거기에 7월로 넘어가면 대형 블록버스터급에 해당하는 강우석 감독의 ‘한반도’(7월13일)가 기다리고 있다. 이 정도라면 한번 해볼만하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오고 있다.

▶구타유발자들=원신연 감독. 한석규 이문식 오달수 등 주연. 단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8명의 배우가 나누어 끌고 나가는 이 영화는 우리사회에서 ‘폭력의 악순환’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에 주목한다. 가학과 피학, 열등감과 증오 등이 한 공간 안에서 동시다발로 표출된다. 이 영화는 흉포한 한국사회에 대한 흉포한 우화인 동시에 한국영화를 한 계단 진보케 하는 영화라는 평을 얻고 있다.

▶비열한 거리=유하 감독. 조인성 등 주연. 갱스터 누아르로 불리는 이 영화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 ‘말죽거리 잔혹사’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유하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을 기대하게 만든다. 청춘스타 조인성이 변신도 주목거리. 뒷골목 한 3류 깡패의 비루하고 비극적인 삶을 그린다. 이미 공개된 예고편의 영상만으로도 빼어난 미장센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괴물=봉준호 감독.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 주연. 한강변에서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남자의 가족이 한강에 서식하고 있는 괴물에 맞서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 이 괴물은 용산 미군기지에서 방출된 오염 물질에 노출된 생물체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탄생했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웨타 스튜디오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영화속 괴물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는 평. 웨타 스튜디오는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을 만든 곳이다. 영화 ‘괴물’은 최근 열린 제59회 칸영화제에 비경쟁으로 초청, 세계 평론가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는 등 최근 우리영화 가운데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강적=조민호 감독. 박중훈 천정명 등 주연. 살인 누명을 쓴 한 남자의 사투와 그에게 인질로 잡힌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 퇴락한 형사 역의 중견배우 박중훈의 변신에 특히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천정명 역시 이번 영화로 단순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의지. 인질이 인질범의 상황과 감정에 점점 동화되어가는 스톡홀롬 증후군과 거꾸로 인질범이 인질에게 정신적으로 동일시 돼가는 리마 증후군을 동시에 소재로 삼고 있는 작품이다.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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