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유럽여행을 못해 봤다. 그래서 프랑스나 스위스 또는 이태리에 다녀왔다는 사람을 만나면 내심 부러워한다.

지난여름 2주간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온 대학교수로 있는 친구가 있다. 그는 다섯 식구의 가족을 거느린 50대 가장으로 처음 유럽여행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내와 막내딸을 데리고 여행을 하는 동안 크게 놀란 것이 있었다고 했다. 그것은 유명한 거리나 여행 안내소 등, 가는 곳마다 젊은 관광객의 대부분이 한국 대학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될 정도였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 여행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물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과연 자기가 번 돈으로 장기간의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었겠는가? 미국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이 충분하더라도 부모가 전혀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많은 대학생들이 여름 방학 6개월 전부터 여름 직장을 구하기 위해 이력서를 내는 등 열심히 노력하는데 그 이유는 졸업 후 좋은 직장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큰 비용이 드는 장기 해외여행을 어떻게 계획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해외여행과 유학, 의료서비스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흘러나간 돈이 17조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이 중 상당액은 인적자원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까닭은 이 돈이 국내에서 쓰였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포인트나 높일 수 있고 일자리로 따지면 9만 명의 실업자를 구제할 수 있는 큰 액수이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오래 전부터 부부동반 유럽 성지순례를 계획하고 돈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언제 가려는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아내는 요즘에 와서 내심 해외여행을 바라는 눈치다. 주위 사람들도 어서 여행 좀 다니라고 한다. 그러나 선뜻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것은 이것저것 자질구레한 걱정이 많은 소심증에다가 알량한 애국심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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