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초원

초원80세 노인이 18세 소녀와 사랑에 빠진다.

이 18세 소녀는 자신의 병상을 돕는 도우미 소녀. 문제는 치매기가 있는 이 80세 노인이 자신을 20대 청년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더 큰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세 소녀가 80대 노인의 ‘정신없는 사랑’을 받아들이려고 한다는 것. 둘간의 로맨스에 대해 주변 세상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메종 드 히미코’ 등을 만든 이누도 잇신 감독의 감독의 작품답게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소수자들의 삶,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조제…’등의 작품보다 먼저 만들어진 영화.

댈러웨이 부인

페미니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적인 작품을 영화로 옮겼다.

역시 페미니즘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마를린 호리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마를린 호리스라면 ‘안토니아스 라인’을 만든 여성감독.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라 간다.

아직 이 작품을 소설로 보지 못한 분들은 시치미 뚝 떼고, 영화가 소설을 제대로 담아냈는지 봐야겠다며 극장으로 향하면 좋을 듯 싶다.



가장 보수적인 기조가 강했던 빅토리아 시대가 배경이다. 하원의원의 부인인 댈러웨이 부인은 여느 때와 같이 파티를 준비하던 어느 날 꽃가게에 갔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나게 되고 이 친구를 통해 과거 처녀적에 사랑했던 남자를 떠올리게 된다.

댈러웨이 부인은 클라리사라는 이름의 과거 처녀 때의 기억을 오가며 자신의 인생이 지금껏 올바른 방향으로 향했었는지를 되묻는다.

문학의 특기인 의식의 흐름을 영화적 특기인 플래쉬 백 기법으로 담아냈다. 문학적 향취가 물씬 배어있는, 일종의 문예영화다.

노이 알비노이

많은 사람들에게 지리적인 면에서나 문화적인 면에서 모두 불모지에 해당하는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제목 노이 알비노이는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다. 선천적으로 색소결핍증을 앓고 있는 17세 소년의 기이한 일상을 담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주인공의 일상이 기이한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기이하게 바라보는 우리가 기이한 것인지 잠시 혼란이 생길 정도다.

그만큼 세상과의 소통에 있어서 일정한 담을 쌓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의 외로움과 그에 따른 고통을 담아 낸 작품이다.

영화속에서 노이 알비노이는 지병 때문에 툭하면 학교를 결석할 수밖에 없다. 머리는 비상하지만 학교에서 왕따 취급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다.

병적으로 새하얘진 노이의 얼굴과 온통 흰 눈과 얼음투성이로 싸여있는 아이슬란드가 흡사하게 닮은 꼴, 흡사하게 닮은 처지라는 것이 느껴진다. 2003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등에서 각종 상을 수상했다.

이사벨라

1999년 중국 반환 전의 마카오를 배경으로 기묘한 관계의 남녀가 운명처럼 얽히는 이야기를 그렸다.

신분은 경찰이지만 조직범죄 일을 눈감아준 일 때문에 징계 위기에 처한 한 남자 ‘싱’이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중 한 여자아이 이사벨라를 만나고 술이 만취가 된 채 그녀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그녀와 잠자리를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 싱에게 이사벨라는 뜻밖의 사실을 털어 놓는다. 그녀가 사실은 과거에 싱이 사랑했던 여인의 아이라는 것, 곧 친딸이라는 것.

아버지와 딸의 부적절한 관계와 그 관계의 복원을 통해 마카오와 중국 본토의 관계를 정치적으로 은유해 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두 남녀의 기묘한 로맨스로 보든지, 아니면 본토 반환에 따른 마카오 사람들의 불안과 히스테리의 정서로 보든지는 철저하게 관객들의 몫이다.
오동진 영화전문기자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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