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연수김안과 원장
<노안> 내 나이 마흔에 벌써?
신문을 읽거나 책을 볼 때 눈앞이 아른 거리고 거미줄이 쳐진 것 같이 뿌해지는 것을 종종 느낀다며 찾아오는 환자가 있다. 이런 분들은 이유 없는 두통도 함께 동반한다고 호소한다.
이런 분들을 진찰하면 많은 분들이 노안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40도 안된 나이에 벌써 노안이 오는가에 대한 좌절감까지 느끼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처럼 노안을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한 나머지 노안을 나이 60이 지나서야 발생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있다.

노안은 대개 정상시력으로 생활하던 사람에게는 45세 전후에 오지만 근시인 사람에겐 이보다 조금 늦게, 원시인 사람에겐 조금 일찍 나타난다.
정신과 신체의 괴리를 가장 크게 느끼는 시기가 40대이다. 이 시기는 가장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할 나이이면서 또 신체적으로는 노화의 지표라 할 수 있는 노안과 더불어 주름살, 대머리, 뱃살 등이 확연히 드러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중 어느날 문득 찾아온 노안은 40대를 한동안 실의와 좌절에 빠뜨리기도 하는 주범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에서 노화는 피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다. 나이가 들면 늙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은 몸의 세포는 성장이 끝나는 20대가 지나면 노화가 시작돼 죽는 순간까지 노화가 진행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력교정수술인 라식수술도 눈의 성장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20세 이후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근육의 힘이 점점 약해지고 기억력도 떨어지는데 눈도 마찬가지 변화를 겪는다. 가까운 곳을 볼 때 거리를 조절하는 수정체가 탄력을 잃어 딱딱하게 굳고 수정체 자체가 커져 모양체 근육사이의 공간을 좁혀 초점을 모아주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책이나 신문 등을 볼 때 돋보기 안경을 사용하게 되거나 근시인 사람은 안경을 벗어야 더 잘 보이는 노안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노안이 오면 처음에 먼 곳과 가까운 곳을 교대로 볼 때 초점이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차츰 책이나 신문을 보는 것이 힘들어 지고 집중해서 읽다보면 눈이 피로해져서 두통이 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조명이 어두운 곳이나 이른 아침, 몸이 피곤하면 더욱 심해진다.

노안은 노화의 과정이므로 수술 이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생활 태도나 습관을 눈의 상태에 따라 바꿔줄 필요는 있다. 또한 눈이 안 보인다고 정확한 검진 없이 돋보기를 착용하는 것은 자기 눈의 굴절상태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

책을 읽을때 조명에 주의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조명은 천정에 백열등(60W) 한 개, 책상 스탠드 형광등(20~40W)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인쇄상태가 좋지 않은 책들은 피하고, 흔들리는 차속에서 독서하는 것도 좋지 않다.

최근에는 돋보기 등에 불편을 느껴 수술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제5세대 시력교정장비인 MEL 80을 이용한 ‘ASA80노안교정수술’이 그것인데 이는 시력상태에 따라 엑시머레이저로 각막의 표면을 정교하게 절삭, 비구면체가 되도록 해 초점 심도를 늘려주는 굴절수술법이다. 즉, 각막 중심부로 가까운 곳을 볼 수 있게 하고 각막 주변부로 먼 곳을 볼 수 있게 하는 수술법이다. 또한 각막절삭률이 낮아 수술 후 부착하는 콘택트렌즈를 2~3일후 제거하면 각막의 상처가 아물고 절삭된 상피세포도 대부분 재생된다. 수술 전 근거리 0.3을 보던 노안환자들이 수술 후 돋보기 없이 0.8~0.9로 개선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수술 이전에 생활태도나 습관을 내 몸과 내 눈 상태에 맞춰주고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안과 검사를 통해 내 건강상태를 파악한다면 40대 이전에도 누구나 올 수 있는 노안으로 인한 좌절감과 상실감은 크게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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