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과 한 명의 감독, 이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은 높고 견고해서 아무나 넘나들 수 없을 것 같다.

돈과 시간을 들여 영화를 전공하거나 충무로를 누비는 특별한 누군가만 그 벽을 뚫고 영화인의 길을 걷는 것 아닐까.

하지만 꾸러기 스튜디오의 작품을 만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누군가 만들어 주는 거고 우리는 그냥 보러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하죠. 하지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소재가 될 수 있고 어디든지 촬영장이 될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대표 백승기(25 인하대 미술교육과 재학)씨가 소개하는 꾸러기식 영화제작방법은 ‘C급 영화’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캠코더(Camcorder)로 찍은 코믹(Comic)한 영상을 컴퓨터(Computer)로 편집해 영화(Cinema)로 만드는 과정이 빠른 속도로, 즉 ‘급’하게 진행된다는 것.

이런 특징이 집약되어 탄생한 꾸러기만의 ‘C급영화’는 A급, B급 영화가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백씨와 함께 꾸러기 스튜디오를 만든 염규성(26)씨와 이한준(26)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즐거움과 자유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좋은 장비, 막대한 작업 시간은 필요하지 않다.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영감을 얻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을 즐길 뿐이다.

꾸러기의 ‘C급영화’는 유명한 원작을 리메이크해 인터넷 블로그(blog.naver.com/curuk2)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배우 조혜원(22)씨에 의하면, 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은하전철 999 실사판>은 동인천역 주변이라는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내가 아는 곳이다”라며 반가워하는 이들이 많고, 온통 ‘최고!’라는 댓글이 달린 <건전비디오 캠페인 실사버전>은 원본이 강요하는 건전함을 의심해보는 영화이기에 보는 이들이 통쾌해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꾸러기 스튜디오는 곧 이어 철 지난 뉴스만을 재미있게 다룬 <더딘 뉴스>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꾸러기 스튜디오는 영화제작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영상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스페이스 빔의 문화예술체험 프로그램 ‘시시각각’에서 영상제작 강의를 맡은 백씨는 교생실습을 나갔다 영상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교과서에 영화 제작에 관한 내용이 들어있긴 하지만 실습은 이루어지지 않아 죽은 지식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백씨는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학생과 교사가 영상을 즐길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고, 그 결과 꾸러기식 영화제작 방법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강의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백씨는 예술가는 전시장을 나와 일반인과 만나는 걸 즐기고, 일반인은 예술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즐겨보자고 한다.

영화를 즐기는 당신, 배우나 감독을 꿈꾸던 당신! 카메라를 들고 이제 당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한혜정 객원기자 hole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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