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있는 젊은 음악인들을 발굴하고, 한편으로는 지역 공연계에 기억남을 만한 썩 괜찮은 무대를 올리겠다는 의욕을 내건 민간 음악문화원이 내달 인천에서 문을 연다.

간판을 가감없이 ‘음악문화원’(가칭)으로 걸고 내달 중순 부평구 부평시장역 인근 대한생명 빌딩 건너편 웰빙타운 6층에서 보금자리를 틀 예정이다.




의욕만으로 덜컥 일은 낸 사람은 인성여고 음악교사로 ‘인천남교사 솔리스트 앙상블’로도 활동중인 추기호 원장(44).

“인천에는 창창한 성악가들이 상당히 많은데도 기량을 발산할 공간이나 무대가 전혀 없습니다. 예총과 민예총이라는 두 단체가 있음에도 폭넓게 음악인들을 아우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요. 그러다보니 많은 이들이 공연활동의 아웃 사이더로 소외를 겪고 있습니다.
흩어져 있는 보석들을 찾아내고, 기량있는 이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곧 음악문화원의 구실이지요.”

추 원장의 문화원 역할론에 선·후배 동료들이 마음을 보탰다. 음악과 지역 사랑의 뜻이 하나로 통한 것이다.
마침 좋은 건물이 나왔다. ‘더이상 망설이지 말자’ 여기저기 돈을 끌어모아 계약을 하고 곧바로 내부 단장에 들어갔다. 이제 마무리 장식만 남았다. 벌써부터 설레인다는 그다.

“갈 길이 바빠요. 우선 민간오케스트라를 구성할 겁니다. 인천에서는 연주 전공자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너무 적지요. 젊은 인재들을 모을 겁니다. 찾아가는 연주 등 다양한 무대가 가능하지요. 이는 곧 기업 메세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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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늘 생활하는 교사이다보니 청소년에 관심이 많은 그다. 문화원 운영의 한 축을 이들에 맞춰 놓을 계획이다.
순수 음악 일변도를 넘어 학생들의 시선에 맞춘 밴드를 결성하는 한편, 실용음악 교육에도 나설 예정이다.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후배와 동료 10여명이 돕겠다고 했다.

“뮤직 비디오 등 폭력·음난물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아이들입니다. 순수예술은 아예 침식당하고 있지요. 이들이 좋아하는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관심을 불러일으킬, 예컨대 실용음악을 함께 나누는 겁니다.”

어린이합창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1982년 창단한 인천지역 민간합창단 ‘영코랄’이 문화원 소속 예술단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아버지합창단 창단도 준비중이다. “순수 아마추어팀으로 활동하게 되죠. 문화원이야말로 음악 마니아들이 모여들 수 있는 장이 돼야 합니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지요.”

얼핏 무모해 보일 것 같은 시도에 주위의 호응이 뜨겁다. 유학파 출신 젊은 음악인들이 이사로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현재 26명이 등록을 마친 상태다. “증권가에 개미군단이 있듯이 흩어진 점들이 모여 음악 부흥에 마음을 합한다면 반드시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의 음악에 대해 열정이 남다른 이유가 이력을 들여다보니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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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하던 해 일찌감치 인천시립합창단 비상임단원으로 뽑혔다. 졸업과 동시에 상임 단원으로 입단해 활동하다 장도의 뜻을 안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오른다.
그러나 갑작스레 아버지가 쓰러지시는 바람에 중도하차, 귀국후 교사의 길을 가게 됐다.

예술인의 길은 접었으나 제자리에 안주하지는 않았다. 학생들에게 음악을 더욱 가깝게 들려주고 싶어서 교사중 음악 전공자들을 모아 제자사랑 음악회를 연다. 기대 이상 호응이 컸다. 내친김에 ‘인천 남교사 솔리스트 앙상블’을 구성했다. 교사라는 본분과 성악가로서 내재된 끼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 셈이다.
교회 성가대 지휘자도 맡았다. 음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인천이 예전에는 합창도시였습니다. 시립합창단도 인천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졌죠. 80년대 초만해도 민간 합창단 수가 가장 많은 도시로 꼽혔습니다.
이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솔깃해 할 합창제 하나쯤은 인천에 있어야 합니다. 민·관이 함께 나서야지요. 그러기 위해 음악문화원이 할 일이 많습니다.” 당분간 문화원에 전력을 투구해야 한다고 말하는 추 원장이다. “물론 교사로서 제자리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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