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인천인권영화제(상임 조직위원장 조성혜 마을사람들 대표)가 12월6일부터 9일까지 영화공간 주안에서 진행된다.

올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이랜드 여성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다룬 다큐멘터리 ‘2007 이랜드’(감독·김미례)를 개막작으로, 노동, 반전·평화, 반신자유주의, 성, 장애, 환경 등의 문제를 담은 총 37편의 국내외 영화(다큐)를 상영한다.

6일 오후 1시 ‘첫차’(감독·남정애)를 시작으로 영화제가 진행된다. 이날 오후 7시 개막식이 예정돼 있고 이어 개막작인 ‘2007 이랜드’를 상영한다. 폐막식은 9일 오후 7시30분 예정돼 있다. 폐막작은 관람객 등이 37편의 영화 중 한 편을 선정하게 된다.

올 영화제는 ‘세상의 모든 비들’을 주제로 우리 사회의 ‘비주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 영화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랜드 여성노동자들과 KTX 여승무원,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나, 아직도 차별속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삶, 이미 우리 사회의 한 일원이 됐지만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 그리고 동성애 등 온갖 ‘비’를 만나보는 자리로 꾸민다.

영화에 등장한 이들과 직접 만나 대화하는 시간도 영화 상영전·후로 마련된다.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장애인들의 접근권 확보를 위해 개·폐막 행사 및 대화의 시간 때 ‘한글자막’을 넣어 진행할 예정이다. 주안역에서 상영장까지 활동보조인이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는다.

인천인권영화제 조직위원회 김창길 사무국장은 “올 해 인천인권영화제는 현실과 저항의 ‘단편’(영화)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가능케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감과 소통, 진정한 교류와 연대에 주목한다”며 “인천인권영화제도 척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애도하는 한가한 감상의 시간이 아니라 스크린을 넘어선 교류와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www.inhuriff.org ☎(032)423-0442


인천인권영화제는…

‘영화속의 인권, 인권속의 영화’를 주제로 1996년 11월30일~12월4일 부평4동 성당에서 첫번째 영화제를 열렸다.

‘인권영화제는’ 11월2일 서울 인권영화제 후 두 달 동안 인천을 비롯한 14개 도시를 순회하며 진행됐다.

‘악마의 자식들’, ‘숨겨진 이미지’, ‘진실을 말하고 뛰어라’, ‘분단을 넘어선 사람들’ 등 32편의 영화를 무료 상영했다.

인천에서는 인천 민예총 영화위원회와 노동자문화운동연대 마루치,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주관했다. 정부 당국의 ‘상영장 대여 불가 압력’을 이겨내고 영화제를 치렀다.

‘사전 심의 없는’ 국내 유일의 영화제인 인권영화제는 이듬해 2회 때에 더 큰 탄압에 직면한다.

서울의 경우 당초 폐막 예정일을 하루 앞당겨야했고, 인천에서도 개최 예정일을 20여일 미뤄 11월14일부터 3일간 부평 4동 성당에서 진행했다.

인하대에서 3~4회까지 치른뒤 2000년 1월5일 제도권 상영관인 인천종합문예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5회 영화제는 ‘인권(忍權) 이 땅에 살기 위하여’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때부터 인천인권상이 제정됐고, 첫 수상자는 빈민연대 양재덕 의장과 민족사랑청년노동자회 등이었다.

2001년 6회 인천인권영화제때부터 조직위원회를 상설화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 개막작 ‘2007 이랜드’

뉴코아 아울렛, 홈에버, 2001 아울렛 등 이랜드 계열사의 대형 할인매장에 근무하던 판매원과 계산원, 고객센터 상담원 등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400여 명이 올 7월 비정규직법안 시행을 앞두고 해고됐다. 그리고 6월10일 이들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김미례 감독은 영화 ‘그녀가 웃는다’를 제작하기 위해 이들을 만났다. 그는 현재동 진행 중인 이들의 파업 투쟁을 카메라에 담았고, 지금도 담고 있다. ‘2007 이랜드’는 올 6월부터 7월20일까지 긴박했던 상황을 투쟁일지의 형식으로 정리한 작품이다.

한국의 남성중심 사회구조와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여성의 삶과 노동을 통제하고 억압하고 있는 지, 어떻게 여성의 삶 속에 내면화돼 있는지 드러내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는다.

# 일상 속의 전쟁 - 비정규전(戰)

‘우리는 KTX 승무원입니다’는 2006년 2월 파업과 동시에 해고 통보를 받고 이후 기나긴 외주위탁 철회투쟁을 벌이고 있는 감독 공현숙, 서효정, 옥유미 등 KTX 승무원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외주회사로 내몰린 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이야기 ‘첫 차’(감독 남정애)와 광주시청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의 130일간 투쟁 기록 ‘시청에서 쫓겨난, 그 후’, 구로선경 오피스텔에서 해고된 관리자들을 담은 ‘구로선경 오피스텔을 찾다’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

# 인천, 사람이 산다

대우자동차 영상패가 2001년 대우자동차 1750명의 정리해고 조합원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일어서는 겨울 두 번째 이야기’에 담았고,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인 GM 대우 DYT 여성 노동자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어 자신의 일상과 투쟁을 ‘카메라는 든 노동자’에 기록했다.

파업 131일째인 지난 10월27일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분과의 한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다. 2분8초짜리 ‘건설노동자, “파업투쟁 정당하다” 외치며 분신’과 4분47초 ‘열심히 싸울테니 하늘에서 꼭 지켜봐 달라’는 이날의 기록이다.

# 차이에 대한 권리 - 장애

박재현 감독의 ‘그림의 떡’은 청각 장애인 장우를 통해 장애인들에게 영화가 그림의 떡일뿐 낮선 시선이 존재함을 알리는 영화다.

다큐멘터리 ‘처벌하라’(다큐인)는 장애여성에게 일어나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담고 있고, ‘날 닮아 기분 좋은 우리 아이들’(감독 김선영)은 장애여성으로 두 아이의 엄마가 느끼는 낯선 사회의 시선 하지만 여느 사람들과 똑같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 다름을 딛고 더불어 살기 - 이주인권

2004년 2월 영국 모캄베이 해변에서 밀물에 쓸려 23명의 중국 이주 노동자들이 사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고스트’(감독 닉 브룸필드, 영국, 드라마)도 이번 영화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멋진 그녀들 한국’(감독 주현숙)은 이주 여성 쉼터와 한국어 교육 현장, 그리고 감독이 직접 진행한 미디어 교육을 통해서 국제결혼 뒤,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주 여성들의 숨겨진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10대 레즈비언 세 사람의 셀프 스토리 ‘Out: 이반 검열 두 번째 이야기’와 2002년 캐나다 퀘백주에서 동성애 부부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시민결합권 등을 다룬 ‘사랑의 정치’(감독 낸시 니콜, 캐나다, 다큐)가 동성애 문제를 던진다.

노동자이자 여성인 시그네틱스 여성 노동자들을 담은 ‘얼굴들’(감독 지혜)과 오랜 동안 소외돼 온 소록도 한센인들의 아픔을 생각케하는 ‘섬이 되다’(김독 임은희), 각기 다른 아픔을 가진 세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검단중 방송부 학생들의 ‘중독’을 만나볼 수 있다.

# 전쟁속의 일상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는 대추리 사람들의 목소리 ‘황새울 방송국 들소리’와 일본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문제를 담은 ‘전쟁 기지 필요 없다’(감독 고바야시 아쯔시, 일본, 다큐), 한미 FTA 협정의 문제를 담은 ‘강요된 미래 그리고 개방’, 고정간첩단이란 죄명으로 18년간 수형생활을 마치고 귀향한 일가족의 항변 ‘무죄’(감독 김희철) 등이 상영된다.

# 빛고을, 오월의 노래

전승일 감독의 ‘오월 상생’은 희망을 노래했던 80년대 민중가요 5곡과 함께 만남과 죽음의 이미지로 5·18의 기억과 상처를 성찰하고 복원했다.

5·18 광주 민중항쟁의 아픔을 담은 애니메이션 ‘오월의 노래 1’와 ‘오월의 노래 2’, ‘민주 햇살’, ‘전진하는 오월’,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이 발표된다.

# 저항의 상상력

‘살기 위하여 - 어부로 살고 싶다’는 이강길 감독의 새만금 다큐멘터리 중, 세 번째 이야기다. 이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물막이 공사가 끝나기 직전까지 이어진 주민들 사이의 갈등과 투쟁 현장을 따라갔다.

‘내 사랑 빌레인’(감독 샤이 카멜리 폴라, 팔레스타인, 다큐)은 이스라엘의 고립장벽에 갖혀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의 빌레인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다.

문화노동자이자 가수 그리고 활동가인 연영석을 그린 ‘필승 ver 2.0 연영석’(감독 태준식)에서는 신자유주의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연영석의 음악과 삶을 담았다.

김주희기자 juhee@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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