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동쉼터.
낯선 방문객이 안으로 들어서자 4~5명의 꼬마들이 스스럼없이 곁으로 다가온다.
비록 말로 표현은 안하지만 “안아달라”는 시늉을 하며 두 팔을 벌리는가 하면 놀자며 손을 잡아 끌기도 하고 아는 체를 해달라는 듯 가까이서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아동쉼터는 부모의 품을 떠나 단기적으로 보호를 받는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다.
자라온 환경도, 나이도 다르지만 아버지 혹은 어머니로부터 심한 정신적 육체적 괴롭힘을 당하거나 무관심속에 방치됐던 아픈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아이들이다.

6살 남자 아이 대진이(가명).
대진이는 쉼터의 복지사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낯선 나에게 다가와 떠나지를 않았다. 나의 머리카락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 손을 만지작 만지작 하며 입을 갖다대고 옷소매에 얼굴을 부볐다. 등에 올라타 목을 꼭 껴안기도 했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나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세요” 하는 간절한 마음의 신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아주자 계면쩍어하면서도 꽤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

대진이의 성장발달 연령은 두 살 반. 세상의 나이로는 여섯 살이 되었지만 부모의 무관심과 정신적 충격 등으로 순조롭게 성장하지 못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아이는 집처럼 꾸며진 아늑한 쉼터에서 먹고 자고 놀며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쉼터를 찾는 아이들 거개는 대진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아이 특유의 순진하고 선한 모습을 되찾곤 한다.

흔히 '천사'에 비유되곤 하는 어린 생명들.
그 여리고 고운 몸 어디에 손찌검을 할 곳이 있으며, 그 맑디 맑은 마음 어디에 상처를 줄 수 있을까마는 여전히 학대받는 아이들은 많아지고 있다. 부부불화, 어려운 가정형편, 아이를 기를 수 없는 부모의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질병 등 원인은 수없이 많겠지만 아이들만은 상처받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울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동쉼터라고 해도 단 한 명의 복지사가 10여명 아이를 종일 돌봐야 하고, 쉼터 마저도 광역시 단위의 1~2개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올부터 쉼터와 같은 보호시설의 인력을 늘리겠다는 발표를 한 바 있으나 실천하지 않고 있다.
어린 생명을 위하고, 그들의 권리를 찾아주는 일은 곧 나라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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