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북쪽의 불벼락을 맞아
지붕 기왓장 문짝 모두 휴지처럼 날려가버린 유령이네
반세기를 앓는 벽은 3층 윤곽만 남았네
태극기 인공기 번갈아 내걸려 펄럭이었을
그날의 불먼지, 벽 귀퉁이에서 시나브로 날려 떨어지는 문틈에는
바람에 실려 남북을 넘나드는 자잘한 잡초의 씨알들만 걸려
꽃피네
부석사 무량수전에 박힌 의상대사 지팡이에서 움튼 선비화에
나비 앉네


※해설
지난 월요일이 6·25. 이제는 이런 역사도 머릿속에서 지워지려는지 깜빡하던 찰나, 시집 속에서 덜컥 ‘노동당 당사’가 나오는 것이었다. 허나, 무슨 이야기를 더 하랴,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냉전지대, 철원 땅에 남은 이 역사의 유물에 대해? 국태민안을 비나? 민통선 안에 있다니 마음대로 가볼 수도 없고…

김윤식 시인·인천문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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