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중구가 중국어 마을 조성을 놓고 고민 중이다. 북성·선린동 차이나타운과 연계한 국내 첫 중국어 마을 조성사업은 박승숙 구청장이 신경을 바짝 쓰고 있는 역점공약이다.

박 청장은 지난해 5·31 지방선거 후보시절 선거사무실 건물에 대형걸개를 걸어놓고 중국어 마을 조성을 공약 0순위로 내놓았다. 그 만큼 박 청장에게 중국어 마을은 늦출 수 없는 애정의 공약이다. 하지만 취임 1년이 거의 다 되도록 중국어 마을 조성사업은 실체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초 구는 자체예산 30억 원을 들여 2010년까지 중국어 마을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여름방학부터 화교중산학교에 중국어 캠프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천지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중국어 수업을 하기로 계획했다. 또 화교인이 운영하는 상가와 음식점 29군데를 중심으로 중국문화와 일상체험을 벌일 예정이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물거품이 됐다. 아직까지 기본계획조차 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구는 지난 주 중국어 마을조성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갈지 각 실 과장을 모아놓고 연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여러 얘기들이 나왔다.

‘구태여 1억여 원을 들여 용역을 줄 필요가 있느냐, 차이나타운이라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 이곳을 이용할 생각을 해야지 없는 살림에 굳이 30억 원씩을 들여 따로 중국어 마을을 조성할 필요가 있느냐, 차라리 구가 나서서 프로그램을 짜고 중국어 마을의 기본 틀을 다지자’ 등등. 이날 연찬회는 7월 초에 있을 2차 연찬회에서 기본계획 용역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고 끝났다.

구의 걱정은 중국어 마을의 경쟁력이다. 전국적으로 붐이 일었던 영어마을의 열기가 한 꺼풀 꺾여 시들해지고 있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최근 전국 지자체들이 중국어 마을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구의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같은 행정구역인 영종도에 1천777억 원을 들여 중국어마을을 조성하기 위해 타당성 조사를 마친 상태다. 또 경기도 화성시와 충청북도도 대단위 중국어 마을 조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구의 입장에서 늦게 출발했다가는 국내 첫 중국어 마을조성 사업이라는 공약이 물건너 갈 수 있는 처지다. 구는 구체적인 실행계획 없이 무턱대고 중국어 마을을 조성했다가는 돈은 돈대로 들이고,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어 고민하고 있다.

박정환기자 hi21@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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