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학교의 국립대 전환과 그에 따른 법인화 논쟁이 도무지 단락을 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인류 최고의 지식을 가르치고 익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다른 세속의 꿍꿍이야 따로 있을 리 없을 테고, 언어라는 의사 소통수단의 무기력함이 고도의 논쟁에서 또 다시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일 거라고 일단 치부한다.

그러나, 도무지 뜻이 모이지 않으니 그냥 버려두고 가자고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럴 때 우리가 의지하는 방법이, 일컬어 상식에 기대는 일이고 차선을 찾는 일일 것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비추어 볼 상식은 없는 것이고 합의할 만한 차선이 그렇게도 찾기 어려운 것일까.

사유야 어찌 되었건, 이 문제에 관하여 현실적으로 권한 있는 중앙정부와 인천시정부는 인천대를 국립대로 전환하기로 함과 동시에 특수법인화하기로 약속하였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인천대학교 총장의 입지는 공식적으로 크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인천대학교는 법률상 인천광역시의 한 단위 조직일 뿐 특수법인이 아니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인천대가 처하게 될 진로에 대한 경우의 수는 명백하다. 우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유권기관에 의하여 법인화가 밀어붙여질 경우인데,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잘 끌어가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니 검토대상이 아니다.

두 번째가 법인화 하지 않은 국립대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국에 4년제 국립대학이 44개나 있다. 인천대학교는 이들 대학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이들 국립 대학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명성과 번영을 누리지 못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이들 간의 통폐합과 법인화를 공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국가예산 지원이라는 젖줄을 뗄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때 인천대학교는 인천대학교만의 특별한 지원을 요청할 어떤 특수한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그런 요구가 가능할까? 그 다음으로 남는 경우의 수가 중앙정부가 국립화를 거부하는 경우이다.

그렇게 되면 시립대학으로 남는 수밖에 없을 텐데 인천시정부가 반색을 하고 지원을 강화할까? 대학의 송도 이전이라도 제대로 이루어지게 될까?

본래 대학의 국·공립화는 사회의 개인주의적 분화가 덜 진행되었을 때 사회적 리더들은 사회가 공동으로 길러내야 한다는 가치관 위에 성립한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혜택을 받고 성장한 인재들에게는 공적인 영역에서 사회에 봉사할 의무가 음으로 양으로 주어진다.

그러나 이제 사회가 극단적으로 개별화하고 무한 경쟁이 삶의 기본형식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필요와 논리가 퇴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대학으로부터 재정의 젖줄 떼기가 보편화하는 이유이다. 부수적으로 젖을 잘 뗀 아이의 사회적인 경쟁력이 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인화를 반대하는 측은 대학이 교육이라는 본질을 떠나 이익추구에 매달리게 될 가능성, 기초학문의 쇠퇴문제, 이사회의 횡포에 시달릴 가능성 등의 걱정을 하고 있다고 듣는다. 그런데 선뜻 상식이 동의하지를 않는다.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에는 그러한 충분한 선례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선례가 국내외에 있는가? 대한민국의 많은 사립대학들은 모두가 이미 법인체이다. 그들은 모두 그렇게 되었단 말인가.

외국의 많은 특수대학법인들은 그렇게 되었는가? 만일 그렇게 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렇게 되는 것을 막고 대학을 발전적으로 끌어야 하는 것이 학교구성원들의 의무가 아닐까? 국립대는 구성원들이 부정적으로 운영을 해도 그런 문제로부터 당연히 자유로운 것인가?

상식이 통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언어의 장애가 있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대개 자신의 이익을 감추기 위한 위계로 오해를 사기 쉽다. 당연히 지식인으로서 취할 바가 아니다.

인천대가 이제 구할 수 있는 차선이라면 자신들의 공식조직을 인정하고 함께 뭉쳐야 하는 것 밖에 없지 않은가. 아름답게 보이는 조직이 사회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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