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부쯔 보낸다 오래됐지만 몇 번 안 신었다 니 발에 맞을끼다 내야 인자 땅바닥에 발이 붙어야
편하제 뒤꿈치가 째매만 높아도 어리어리하고 발모가지가 아푸다 갈 때가 다 된 기라 세상
골목길은 발 시립고 아플끼다”

여든을 목전에 둔 어미가 광나게 닦아 신발장에 넣어둔
아껴 신던

오래 묵은
가죽 부츠 한 켤레를 보내왔다

그녀는 어미의 부츠를 신고 지상의 골목을 돌기도 시장 바닥을 뒤지기도 하며
보따리를 푸는
생계와 절망을 파는 방물장수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마더였다

- 유현숙, 시 '마더'

노모가 건네준 신발을 들고 온 기억이 있습니다.
유행과는 거리가 멀어 신발장 한켠에 박아두었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신고 나간 날, 오래된 밑창이 앞부터 허물어졌습니다.
유난히 더 쓸쓸하고 뭉클했던 그 날.
그때의 제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시 한 편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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