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코치가 사설연습장 이용 강요… 어린 선수가 상대 흉기 위협도”
코치는 부인… 학교장과 민원받은 교육청은 “사실 밝혀지면 징계” 인식 안이

인천송림초 선수들의 경기장면. 하늘색이 송림초 선수들이다.

 내년이면 개교 90년을 자랑하는 인천시 동구 S초등학교의 농구부에서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들에게 비교육적인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을 낳고 있다. S초등학교 학부모는 지난주 인천 남부교육지원청 신문고에 농구 코치의 일방적인 팀운영과 학교장의 관리 소홀로 농구부가 다시는 치유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져있다며 교육청에 실상을 알리고 개선책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민원을 올렸다. 남부교육지원청은 뒤늦게 진상 파악에 나섰으며, 지난해 9월 부임후 그 동안 모르쇠하던 교장은 교육청의 진상 파악과 언론의 취재가 진행되자 사태 파악과 해명에 나섰다. 교장은 11일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만나 의견을 들었으며 특별한 문제없다고 교육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학교측의 해명을 토대로 민원을 낸 학부모에게 답변을 보냈다.

학부모들의 주장과 민원의 주된 내용은 농구 코치의 일방적인 팀운영이다. 학부모들은 코치가 일부 선수만을 편애해 경기에 출전시키고, 코치와 연관이 있는 사설연습장 이용을 강요했고,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어린 선수가 흉기를 들고 다른 선수를 위협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5학년이 6학년들을 제치고 주장까지 맡았으며 한 학생을 위해 경기 전술이 만들어지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는 코치가 경기도 고양에 코치 동생 명의의 농구클럽을 운영하면서 S초 선수들을 이곳으로 유도했다며 이 곳에서 연습하지 않으면 차별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의 농구클럽은 코치가 S초등학교에 오기전까지 직접 운영하다 동생 앞으로 이름을 돌려놓았다”며 “어린 선수들의 클럽 이용료는 1회당 10만원이며 월8회 정도 연습한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지난해 열린 대회의 숙소에서 한 선수가 흉기를 들고 다른 선수들 위협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들은 무서워 당시에는 쉬쉬하다가 귀가하면서 부모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코치와 체육 담당 교사는 물론이고 학교장조차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코치가 평소 훈련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X발, 병신, 개XX 등등의 쌍욕도 자주 했다”며 “결국 이같은 일로 인해 실제로 농구를 그만둔 학생들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장이 전혀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이 학교 졸업생이기도 한 학교운영위원장은 “교장 선생님께 약한달전 농구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달하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시라고 말씀드렸으나 아무 조치가 없었다”며 “오랫동안 곪았던 것이 터졌으며 학부모와 학생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결국 지역사회에까지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농구부 코치는 학부모들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자신은 결코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선수들도 차별 대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5학년이 6학년을 제치고 주장을 맡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두달정도 아픈 선수를 바로 경기에 뛰게 할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어린 선수가 숙소에서 흉기를 들고 상대를 위협하는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질문에는 자신은 최근에 들었으며 자신뿐 아니라 어린 선수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교사 2명이 함께 갔었다고 답했다. 또 요즘에는 어린 선수들도 프라이버시 보호가 강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수없다고 말했다.

학부모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글.

학교장은 “지난 11일 학부모들을 만나 농구부의 실상 등 이야기를 나누었다”며 “큰 문제는 없어보이며 코치의 비위 사실이 드러나면 체육소위원회를 열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장은 뒤늦게 선수들간에 흉기를 휘두른 것은 아니고 위협을 한 것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명했다.

남부교육청은 민원을 낸 학부모에게 선수들 지도 과정에서 ‘자식, 새끼, 인마’ 등의 표현은 사용한 적은 있으나 이는 운동부에서 흔하게 쓰이는 말로 욕설이라고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고양의 농구클럽에는 다니는 선수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지난해 연말까지 어린 선수들이 다녔다고 반박했다. 
 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지난해 연말과 지난 1월 4일에 학교를 방문해 조사했다며 1차로 우선 학부모에게 알려진 내용 중심으로 답변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교육청이 농구부 실상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일반적으로 민원은 한번에 해결이 안된다며 계속해서 학교측에 사실관계를 알아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여러 가지 증거가 있는 데도 학교장은 한쪽말만 듣고 교육청은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교육계와 체육계에서는 학교장과 교육청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며 관리감독이 제대도 안된채 일선 초등학교에서 여전히 지도자가 일방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체벌과 욕설이 난무하는 비교육적인 현실이 개탄스럽다는 입장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그 동안 학교 체육의 폭력성과 폐쇄성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억울하게 좌절하고 희생됐냐”며 “지역 교육청이 아닌 인천시교육청이 직접 나서서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고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초등학교는 1933년 문을 열어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황우여 전교육부총리와 유정복 전인천시장 등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특히 1960년대 만들어진 학교 농구부는 한국 농구의 대들보였던 이충희와 강동희, 홍사붕, 유영주, 최호(현 송도고 코치)씨 등을 배출해 한국 농구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학교의 농구부 선수들은 대부분 인천의 또 다른 농구 명문인 송도중고로 진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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