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경매되다

네온사인이 음지의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어

패스트푸드가 산성비처럼 도시를 샤워시키고 있어 무허가 마트에서
썩어가던 수제 버거는 나의 피부에 물집을 일으키고, 원시림 같던 너의
혈관이 파괴되었어 젖비린내가 가시지 않은 애기똥풀이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뒷골목의 어둠이 버린 비닐 끈을 또 다른 어둠이 집어삼키고 있어
왕관을 쓴 바이러스로 지상의 개미들은 팔이 잘려 나간 토르소가 되고,
어둠으로 길들여진 밤 12시, 내 몸에 돋아난 올리브나무를 벌목하고 있어

내일이면 중고품 우주가 경매에 나올 거야

- 최소연, 시 '지구가 경매되다'

'지구야, 미안해. 내가 좀 더 잘할게, 너를 지켜줄게.'
공원을 돌며 청소를 하던 어느 봉사단체의 어깨에 두른
표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훼손한 지구,
더 깨끗하게, 아프지 않게 돌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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