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나는 산골

 

수수깡 병정 호위받으며
붉은 고추 하얀 박꽃으로
수놓은 쪽머리 초가

저녁노을 따라 사위는
여름날 군불 연기에
시나브로 젖어 드는 어둠

사립문 두드리던
소슬바람에 떨고 있는
우물에 빠진 초승달 하나

텅 빈 마당엔
화들짝 놀란 낙엽이 구르고
호롱불 흔들리는
여인네 한숨이라니….

- 정채균 님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