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부레옥잠을 심었다
뿌리가 환하게 보였다
몇 잎의 푸른 그늘도 비쳤다
맑고 투명한 근심이 들고
평평하던 표면에
높이와 깊이가 생겼다
딸려온 개구리밥 물달팽이 함께 자라고
꽃과 잎이 피고 졌다
살림 냄새가 났다
내 안에 당신을 들인 때처럼
다른 물이 되었다
부드럽고 둥글고 단단한
공기주머니를 달고
여러 갈래 뿌리를 내리는 물
이제 함부로 흔들리지 않겠다

- 전영숙, 시 '물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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