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19일 인천산선 철거 결정고시에 시민사회 “뒤통수 맞은 느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전경. ⓒ박상문

 

인천 현대사의 중요한 민주역사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인천산선) 건물에 대해 지난달 인천시가 재개발사업 등을 이유로 ‘조건부 철거’ 결정을 내린 뒤 19일자로 결정고시가 나오자, 인천지역 90여개 시민단체가 비판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 시민단체 89개가 연대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19일 긴급 성명을 내고 “시가 지금이라도 철거 결정 고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박남춘 시장의 반대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범대위의 긴급 성명은 이날 시가 인천산선의 철거 결정 등을 포함한 내용을 고시하면서 바로 발표됐다. 

범대위는 성명을 통해 선교회 인천산선의 철거 결정을 ‘폭거’로 단정하고 “인천시의 결정은 재개발행정이 인천시의 최우선 시책일 뿐만 아니라 최우선 가치임을 스스로 보여준 서글픈 사태”라고 규정하며 “인천시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동, 민주, 산업분야에 대한 역사유산을 보존 관리해야 할 책무는 인천시가 갖고 있음에도, 범대위와 재개발조합 간 대립을 오히려 부각시키며 중재에 나서겠다는 등의 엉뚱한 논조를 펴더니 뒤통수를 때리듯 고시했고, 이는 시민의 시장과 촛불정신을 강조하겠다던 박남춘 시장의 말들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것이다.

또 이번 고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조택상 정무부시장이 철거를 전제로 재개발사업을 승인한 인천시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임을 들어 조 부시장에게도 비판을 가했다.

복수의 도시계획위원들 증언에 따르면, 시 도계위에서 '화수화평 재개발사업 정비계획 및 정비구역 지정 결정 변경안'에 대해 존치 의견이 여럿 있었으나,조 부시장이 “현장을 가보았느냐”고 하며 재개발 필요성을 주장해 분과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는 것이다.

시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시 도계위가 지난 5월 정비계획 변경(안)에 대해 교회 측의 주장을 신중히 검토하고자 보류 결정을 내리고 6월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조사 등을 거친 후 그달 23일 다시 위원회를 개최했다”는 내용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범대위는 “교회 측의 주장을 신중히 검토하려면 마땅히 교회 측의 관계자를 찾아와 만나야 했지만 인천산선은 방문하지도 않고 빈집들이 있는 일부 지역만 보고 갔다”며 “이런 결정을 주도한 조택상 부시장이 인천산선의 존치요구에 대해 중재를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졌다.

실제 ‘스페이스 빔’의 민운기 대표 등 범대위에 함께 하고 있는 인사들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장조사를 했다는 인원들이 당시 범대위 혹은 교회 관계자들을 전혀 만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범대위는 긴급성명을 통해 박 시장과 인천시에게 고시 철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날 범대위의 요구사항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남춘 시장의 책임하에 늦었지만 해당 고시를 즉각 철회할 것 ▲사태의 직접 책임자이자 이해관계자인 조택상 부시장의 사과와 사퇴 ▲시 도계위 ‘조건부 제안’의 철회(범대위는 공식 거부의 뜻을 밝힘) ▲인천산선 건물의 등기부등록 및 시 건축자산과 등록문화재로 선정 존치 ▲범대위 상임대표단과 박 시장의 공식 면담

범대위는 “시의 보도자료와 고시, 그리고 관련한 행정 모두는 최근 조합 측에서 제안한 존치 설계 제안을 합리적으로 수용하려던 범대위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은 행위이며 아울러 단식 28일째에 다다른 김정택 목사의 단식 중단도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조합 측은 지난 14일 범대위 측과 만난 자리에서 “존치를 전제로 재설계를 할 수도 있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합이 이 자리에서 세부 내용까지 언급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19일 철거 결정고시를 해버리면서 조합이 존치를 약속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 조합 측 자세가 급격히 달라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어 “박 시장이 정말로 노무현 정신을 강조하며 촛불정신 계승을 내세우고 시민의 시장을 강조한다면, 밑으로 결정과 책임을 미루지 말고 조속히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적잖은 시민단체들이 연합해 시의 철거 결정에 비판을 가하고 있지만 시가 고시를 철회할 가능성이 아직은 높지 않다.

‘고시를 했다’는 의미가 법적 혹은 행정행위를 하는 등에 있어서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이를 철회한다고 했을 때 풀어야 할 절차적 문제 또한 만만치 않고, 이것이 하나의 ‘사례’로 남았을 때의 영향을 공기관으로서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재개발조합 측과 범대위와 시가 원만하게 대화를 해서 “존치를 하자”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뜻이 모인다면 아예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기는 하다.

그러나 시의 19일자 결정고시로 대화의 가능성이 더 낮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일꾼교회)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 참여단체 명단
 
(사)너머, (사)노동희망발전소, (사)우리누리평화운동, (사)인천민예총, (사)인천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자연의벗연구소 인천지부, 광화문시대, 가톨릭환경연대,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강화도시민연대, 강화시민회의, 계양아이쿱생협, 고난함께인천연합예배준비위원회, 기독교대한감리회 아산제일교회, 기찻길옆 작은학교, 김포 마하이 주민센터, 남북평화재단 경인본부, 노동당 인천시당, 노후희망유니언 인천본부, 마수회, 모두와네트, 미문의 일꾼교회, 미추홀학부모넷, 민주노총인천본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 보령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부평재개발 4구역 세입자주거권 보장대책위원회, 살림교회, 삼성일반노조, 생명평화기독연대, 생명평화포럼, 스페이스 빔, 실업극복국민운동 인천본부, 여럿이함께하는 동네야놀자, 영등포산업선교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천지부, 인천 자바르떼, 인천감리교사회연대, 인천기본소득포럼, 인천기독교윤리실천운동, 인천노동문화제조직위원회, 인천노동정치포럼, 인천노사모,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인천녹색연합,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인천동구마을교육협의회, 인천민중교회운동연합, 인천비정규노동센터, 인천빈민연합, 인천사람연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여성노동자회, 인천여성민우회, 인천역사교육연구소, 인천요양노조 부평지회, 인천자주평화연대,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천작가회의,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지역책방네트워크, 인천참언론시민연합, 인천평화복지연대, 인천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인천행동하는양심,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YWCA, 작은자 야학,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국셔틀버스노동조합,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지역사회와함께하는 사제연대, 진보당 인천시당,  참살이문학, 천주교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청솔의집, 평등교육실천학부모연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인천학부모회, 평등세상을 향한 집밥, 평화협정운동 인천본부, 포천이주노동자센터, 풍물패 더늠,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 인천동지회, 함께걷는 길벗회, 함께걸음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희망을만드는마을사람들 (이상 89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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