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공의료포럼 “시간끌기용 연구용역 사실상 불필요”

기존 운영중인 인천의료원 전경. (동구 방축로 217) ⓒ인천의료원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영역의 확충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인천의 시민단체들이 제2인천의료원 설립에 대한 박남춘 인천시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보건의료노조, 인천평화복지연대 등 5개 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인천공공의료포럼(이하 의료포럼)은 24일 성명서를 내고 “박 시장이 스스로 결단하고 제2인천의료원 설립을 위한 공론화 등을 촉구하며 우리는 이 촉구를 위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제2인천의료원 설립은 박남춘 시장이 시장후보 당시 최우선으로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다. 그리고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지역사회는 공공의료영역이 현재보다 확대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공공의료영역 확대를 염원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치료가 ‘돈벌이’가 되지 않는 영역이라는 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의료기관 병상수의 10%도 안 되는 지역 공공병원들은 그간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해오기도 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삶이 피로해진 것은 사실이나, 다른 면으로 생각해 보면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공공의료기관이 사실상 지역과 국가 방역시스템의 선두에 서왔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비로소 인식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모로도 볼 수 있다. 

의료포럼은 그럼에도 인천시는 여전히 공공의료 정책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28일 ‘대한민국의 관문 인천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제2인천의료원 설립을 위해서는 시의 의지가 중요한데 이에 대한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발언한 바도 있다.

의료포럼은 “(그 발언은) 제2인천의료원을 설립할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시는 엉뚱하게도 재원조달 방법과 지역인프라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또다시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시가 이미 지난 2019년 ‘제2인천의료원 건립 타당성 연구조사 용역’을 실시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용역 결과는 가장 필요한 지역이 인천 남부권(연수구·남동구)로 나타났으며 비용편익비율(B/C) 값도 기준 1을 넘는 1.02로 나타나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따라서 시가 제2인천의료원에 대한 건립할 의지가 있다면 시민 혈세가 드는 연구용역을 재탕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지방의료원 건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절차상으로도 맞다.

의료포럼도 이같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의료포럼 측은 “이미 2019년에 실시한 연구용역을 기초로 인천시가 설립계획을 확정하면 되는 것인데 시는 2019년 연구용역 이후 아직까지도 이를 확정치 않다가 난데없이 또 용역을 하겠다고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신현영 의원(더민주, 비례)이 보내온 ‘공공병원 신축 기본절차(지방의료원 기준)’에는 타당성 조사 전 기본계획 수립이 먼저여야 한다. 절차는 다음과 같다.

지방의료원 설립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 지방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 실시 -> 지방의료원 설립 타당성 조사결과 보건복지부 협의 ->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신청 ->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사업 선정 -> 예비타당성 조사 -> 정부예산안 반영 -> 예산 국회 의결

따라서 시가 용역을 또 하겠다면 중복된 용역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본계획도 아직 잡지 않은 상태에서 순서를 무시하고 용역을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해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의료포럼 등 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시민사회에서 “혈세를 들여 재탕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의료포럼 측도 “건축으로 말하면 기본설계도 없는데 실시설계를 하는 꼴이며, 그 의도는 명백한 시간끌기용 꼼수”라고 규정하고 “박 시장이 제2인천의료원 설립을 위한 시장방침을 결단하고 이를 공식화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인천시는 공론화 및 갈등관리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며 그에 의거한 ‘공론화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공적인 사안에 대한 공중(公衆)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과 공론화를 실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 시장이 제2인천의료원 설립을 위한 공론화를 결단하고 의료원 건립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결과를 수용하기 바라며, 주변도 결단하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포럼은 25일부터 출근시간 1인 시위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며 박 시장이 계속 무시하는 자세를 보이면 우리도 행동수위를 계속해서 올려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공공의료영역의 확충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 공급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또 지자체들 대부분이 지방의료원 설립을 추진 중이다.

실례로 서부산의료원, 대전의료원, 서부경남지역의료원 등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돼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가기도 한다. 총 6개소의 공공의료원이 2025년까지 이전 및 신축되며, 11개 지역 공공의료원은 2024년까지 모두 증축을 마친다.

박 시장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온 바가 있다.

지난달 열린 공공의료 강화 관련 정책토론회(인천시 건강체육국 개최) 당시 이병래 인천시의원(더민주, 남동3)은 “연구용역을 한다고 하면 예산을 이번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시는 그러지 않았다”며 “그럼 본예산에 반영한다고 해도 내년에나 용역이 시작된다는 얘긴데, 내가 봐도 시간끌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지역사회 전반으로도 의료포럼의 성명대로 박 시장이 결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같은 당 시의원으로부터도 지적을 받은 데다, 정부는 “도와주겠다”는 멘트를 이미 보내줬기 때문이다. 박 시장의 결단이 언제쯤 나올지, 지역사회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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