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담배회사가 의료타운 참여가 웬말이냐”

청라지구 의료복합타운 위치도. (자료 제공 =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총사업비가 2조 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을 두고 지역사회 차원의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KT&G가 조성을 위한 공모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섰다.

인천공공의료포럼(이하 의료포럼)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민의 건강권과 공공성이 최우선인 청라의료복합타운 공모 사업자로 KT&G가 참여하는 것은 문제”라며 “세계보건기구의 보건의료인 윤리강령을 철저히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포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적십자기관 노조, 인천평화복지연대, 건강과 나눔 등 지역의 보건의료운동단체 및 시민단체들로 구성돼 있다.

의료포럼의 이날 성명에는 청라 주민들 일각에서도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료포럼의 성명에 힘이 실리는 이유는 KT&G가 담배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 사명 역시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영문약칭(Korea Tobacco and Ginseng Corporation)인데, 시민 건강을 해치는 담배 제조회사가 보건의료사업에 뛰어드는 격이 된다는 논리다.

의료포럼은 “KT&G는 건강보험공단이 제기한 흡연 관련 질병 배상금 청구 소송에서도 담배의 위해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등 몰지각한 윤리 의식을 보였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지난 2005년 182개국에서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의 보건의료인 윤리 강령에는 ‘담배 회사에 대한 투자와 지원 배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또한 FCTC 가이드라인 21조는 ‘담배 회사는 공중보건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어떤 계획에도 파트너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기도 하다.

의료포럼 측은 “재무 투자자라는 꼼수를 통해 지방정부가 주관하는 공공의료사업에 진출하려는 KT&G의 행태는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했듯 의료포럼 측 주장에 청라주민 일부는 동의하는 분위기가 있다. 반면 청라주민 중에는 다른 의견들도 존재한다. 여러 의견 가운데서는 의료포럼 측 주장에 대해 “지역 연고를 가진 특정 컨소시엄 밀어주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청라주민들로 구성된 한 온라인 카페에서는 “최근 시의회에서도 지역 연고를 이유로 특정 병원 컨소시엄을 미는 듯한 발언이 나왔다”는 의견도 있었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에 국내 대형병원들이 금융사 등을 동반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경쟁하고 있는데, 청라주민들 사이에서도 컨소시엄 정보를 공유하며 각자가 선호하는 곳을 꼽는 분위기다.

따라서 특정 컨소시엄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모이게 되면, 그런 모임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려는 움직임들이 주민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담배회사의 참여에 문제 제기를 한 의료포럼의 성명에 대해 찬성과 비판의 주민 의견이 동시에 강하게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기반했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상당히 높다.

한편 KT&G 측은 해당 컨소시엄 투자가 부동산과 관련한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참여한 것인 만큼, 세계보건기구 윤리 강령이나 FCTC 등과 무관하다며 이들 협약도 어기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KT&G가 담배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 부동산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 문제라고 지적한 FCTC는 담배 규제에 관한 공중보건정책 관련 내용이기 때문에 부동산 개발 사업에 관한 컨소시엄 투자를 제한할 근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은 경제자유구역인 인천시 서구 청라동 일대 26만 1천㎡ 부지에 종합병원, 의료바이오 관련 산·학·연 시설, 의과전문대학, 업무시설 등을 짓는 것이 골자다.

공모에는 현재까지 5개 병원 컨소시엄이 참여하고 있는데, 모두들 만만찮은 진용이다. 서울아산병원의 KT&G·하나은행 컨소시엄, 차병원의 메리츠화재 컨소시엄, 인하대국제병원 컨소시엄, 순천향대 부속 부천병원의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 세명기독병원의 한성재단 등 5개 병원 컨소시엄이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