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철거 위기 속 토론회, 단식농성 등 이어져

김정택, 김도진 목사(왼쪽부터)가 인천시청 앞 애뜰광장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의 존치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

 

개발논리의 명목으로 인천의 민주화운동 역사의 산업유산으로 평가받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은 긴급 토론회에 단식농성 등을 전개하며 인천시 등 기관들이 이를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23일 지역 시민운동 인사 및 종교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보존협의회(이하 보존협)’는 전날인 22일 긴급 토론회를 연 뒤 토론회를 마치자마자 김정택, 김도진 목사가 존치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보존협은 이날 오후 4시 인천시의회 별관 행정안전위원회 세미나실에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문제 관련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는 이후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주목을 받았다.

좌장을 맡은 박상문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비롯해 이민우 부평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대표와 정세일 인천생평포럼 대표, 김영철 인천주거복지센터 상임이사,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 이유였다.

여기에 조성혜 인천시의원과, 박우섭 전 남구청장 등 지역 정계인사들도 참여했다.

특정 건물의 존치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운동가들이 머리를 맞댄 이유는 그만큼 인천도시산업선교회의 건물이 인천지역의 역사유산 중 하나로 평가받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사회 전반의 중론이다.

참석자들은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재심의에 앞서 인천도시산업선교회와 화도교회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와 존치의 당위성을 인증하면서 시와 동구청, 재개발주체인 화수·화평재개발조합 등에 대책을 촉구했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 관련 긴급 토론회 현장.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관계자 제공)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의 역사는 4.19 혁명이 일어난 그 이듬해인 1961년까지 올라가야 기원을 찾을 수 있다.

1961년 미국 감리교회 조지 오글 목사에 의해 설립된 인천도시산업선교회는 인천지역 민주화 및 노동운동의 모태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천 산업 민주화의 중요한 사건이었던 1978년 동일방직 사건 당시 여성 노동자들의 피신처였고, 이를 전후로도 노동자들의 권익과 민주화 운동 등 인천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어 왔다.

화도교회는 이보다 더 오래 되어 114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부녀자와 어린이들의 교육 및 청년 운동 등에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받는다.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이 존치 위기를 맞기 시작한 건 지난 2009년,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해당 부지가 포함되면서부터다. 그 직후 지역사회 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시에 존치 요구가 지속돼 왔지만 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약간의 움직임이 있었다. 

최근 열린 것으로 알려진 시 도시계획심의회는 해당 재개발사업을 보류하고 소위원회를 구성해 현장조사를 하고 그 이후 다시 심의키로 했다. 이후 심의회는 현장을 찾기는 했지만, 23일 재심의를 결정하면서 재차 결정을 하지 못했다.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영등포산업교회 회관을 중심으로 노동복합시설을 추진하거나, 광주광역시는 재개발 구역 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작사된 시민아파트의 존치를 결정키로 한 사례와 비교해 인천시가 지역 현대사의 의미를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역대 총무를 지낸 바 있는 김정택, 김도진 두 목사는 토론회 직후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촉구하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두 목사는 토론회장에서 배포한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존치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단식을 시작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인천시와 동구청 등에 선교회 건물의 존치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최근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을 중심으로 선교회를 비난하는 불법 현수막들이 내걸리고 있는 것으로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선교회가 재개발 자체를 반대한다”는 식의 메시지들을 걸어 여론몰이를 하려는 의도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주체가 이를 내걸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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