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도시 지향 방향 잡았지만 판교의 성공사례 재현 쉽지 않을 듯

계양지구(테크노밸리) 전체 조감도. ⓒ인천시

 

3기 신도시 최초로 지구계획 승인을 받은 계양지구에 대해 인천시는 ‘제2의 판교’로 조성하겠다는 의욕을 밝혔다. 그러나 시의 소원대로 계양지구가 판교에 버금가는 자족도시가 되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시로서는 적잖이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계양지구는 지난 2일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지구계획 승인을 발표했다. 이에 인천시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계양지구에 대해 4가지의 특화전략을 마련해 신도시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시가 밝힌 전략을 간단히 언급하면 선형공원을 통한 보행특화도시 및 맞춤형 교육도시, MZ세대를 겨냥한 창의혁신공간 및 스마트기술 기반의 미래지향도시 등이었다.

시가 내놓은 이 전략들을 분석하면 시는 계양지구에 대해 ‘자족도시’의 성격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시에서는 이번 지구계획 승인을 통해 주거용지는 약 25%, 지구 전체면적 대비 공원녹지는 27%(여의도공원의 4배), 자족용지는 22%(판교테크노밸리 1.7배), 기타 공공시설용지 24%를 확보해 추진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시민들이 가장 주목을 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자족용지 비율 부분이다. 3기신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자족용지 비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계양지구는 같은 3기 신도시에 해당되는 남양주 왕숙지구(12%)의 2배에 육박한다.

현재 국토부와 인천시는 이 자족용지를 이용해 4차산업 선도기업들을 우선 유치하고 송도~제물포~계양~마곡과 연계된 D.N.A.(Data, Network, AI) 혁신밸리 조성에 대한 개요를 발표한 상태다.

인천시가 자족용지 비율을 ‘판교의 1.7배’라고 언급하며 자족도시 조성을 선언한 것은 먼저 조성된 신도시들이 사실상 ‘베드 타운’의 역할 이상을 대부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서울의 집값을 견디다 못한 기존 서울 거주민들이 외부로 빠져나오면서 인구는 유입됐는데, 막상 자족기능이 될 만한 인프라(기업, 공공기관, 교통네트워크 등)를 갖추지 못하면서 정주여건에 대한 불만이 고조돼 결국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는 있는 것이다.

최근 GTX-D 노선의 서울 직결을 시위까지 하며 요구하고 있는 김포신도시는 시로서는 반드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는 부분이다.

김포신도시 주민들이 GTX-D 노선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기존 서울에 직장을 갖고 있었으나 집값 등으로 밀려난 주민들이 정착한 뒤, 서울에 거주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교통 인프라에 불편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김포신도시가 그 자체적으로 충분한 자족기능을 할 만한 상황(기업 및 공공기관 유치 등등)이었다던지, 아니면 교통 네트워크라도 잘 갖춰 있었다면 굳이 GTX-D 노선 하나를 두고 ‘사생결단’에 가까운 수준의 시위를 했을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인천과 김포 등은 모두 서울지역 내 주요 경제권 구역과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동서를 연결하는 교통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최근 정치권을 통해 나오고는 있지만, 지금 상황에서 국토부가 무리하게 교통인프라를 갑자기 넓힌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따라서 무리한 수준의 교통인프라를 기대하기보다는 자족도시로서 노선을 우선순위로 둔 시의 선택이 지금으로서는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

문제는 판교에 버금가는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과연 계양지구가 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데에 있다.

실제 수도권(서울지역 제외)에서 상당히 성공한 사례의 자족도시를 꼽자면 1기 신도시의 분당지구와 2기의 판교지구 정도다. 모두 서울 강남권과 인접해 있는 데다 이를 연결하는 교통망 구축도 애초에 유리했다. 판교의 경우 자족용지 비율이 5% 정도였지만 다른 2기 신도시와 달리 기업 입주율도 100% 가까운 수치를 보이고 있다.

분당과 함께 1기 신도시 중 주목받았던 일산신도시의 경우 미디어 파트의 기업들이 많이 유치돼 있지만, 다른 카테고리의 산업은 이렇다 할 성과가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자족기능을 갖추기 위해 자체적인 자족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한 인프라를 끌어올 수 있는 교통망도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판교 등 성공한 신도시가 알려주고 있는 부분이다.

그에 비해 계양지구는 공항철도 혹은 서울 5호선 등과 바로 연결될 수 있을 만한 상황의 입지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것이 사실이다.

시에서도 2일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당시 계양지구에 대한 교통망 계획은 철도가 아니라 S-BRT, 즉 광역버스 형태의 교통수단과 일부 도로확장 등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시의 교통망 계획이 ‘기업들이 매력을 느끼고 입주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

그런 가운데 시가 다음달 경 ‘2025년 입주’를 전제로 1천 호 가량의 사전청약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져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기존 실패한 신도시처럼 인프라도 없이 무작정 주택부터 올려지을 생각이 아니냐는 것이다.

판교의 성공 요인으로 인근 분당이나 수지 등 큰 규모의 주거구역이 있었고 교통망을 사전에 갖춰놓은 상태에서 자족기능을 발휘하자 수요가 생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의 계양지구는 조성 계획 당시의 판교와도 입장이 너무 다르다.

여기에 현재 계양지구 계획 등을 담당하는 시 도시개발과의 신도시팀 구성 상당수가 검단지구에 집중돼 있고 계양지구 관련해 업무를 보는 담당자는 1명뿐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관련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되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시 관계자는 “계양지구는 우리 시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기업 유치 전략 등과 관련해 안팎에서 아이디어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시가 발표한 계양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 방안. S-BRT 위주로 계획 중이라는 교통망 계획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아직은 많다.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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