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인들, “시 매입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 성명

동구 미림극장 정문. ⓒ인천미림극장

 

전국 독립예술영화관들이 인천의 유일한 실버영화관인 미림극장을 인천시에서 매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21일 인천 문화계 등에 따르면 아트하우스 모모 등 13개 독립예술영화관 및 인천 시민단체들은 전날인 20일자로 공동성명서를 내고 미림극장을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인천시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미림극장 앞 뉴스테이 아파트 단지 건설로 인해 극장 건물이 20억 원 가량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있다”고 전하고 “폐관까지 됐다가 인천 유일의 실버영화관으로 재개관한 미림극장이 이제 정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인천시가 미림극장이 재개관을 하던 당시 건물 매입 및 연간 운영비 지원 등 약속을 했던 적이 있다며 그 약속에 대한 책임 때문에라도 미림극장을 도시재생사업 구역에 포함해 복합 시민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천 동구 화도진로 31 소재 미림극장은 인근 중구 애관극장과 함께 현재 존폐 위기에 있는 오래된 극장이다. 협률사를 전신으로 하는 126년 역사의 애관극장만큼은 아니지만, 미림극장 역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인천의 오랜 영화 팬들에게는 추억의 장소 중 하나다.

미림극장은 한국전쟁이 끝난지 4년여 만인 지난 1957년 문을 열고 인천의 대표 극장으로서 운영돼 왔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쥬라기 공원’ 등의 할리우드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2000년대 들어 CGV 등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인기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다 결국 지난 2004년 7월 폐관됐다.

그러다 인천시 사회적기업협의회 사업단이 극장 운영을 맡게 되면서 지난 2013년 10월 300석이 조금 안 되는 규모의 ‘실버 전용극장’으로 재개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 재개관은 ‘시한부’라는 지적이 있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사회적기업 재정 지원 업무 지침에 하나의 사회적기업에 최대 5년까지만 지원을 하게끔 하고 있다. 미림극장 역시 지난 2019년부터 해당 사업비가 중단되면서 운영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급기야 올해 들어 건물 매각과 관련해 가계약까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장 측은 “극장을 존치시킬 수 있는 방안을 어떻게든 협의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는 새 건물주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한편 인천시는 예술 및 시민단체들의 성명에 대한 입장은 아직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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