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미술작품 스케치 공모... 신청자격 방법까지 모두 문턱 낮춰

송도지구 G타워(인천경제청사) 전경. ⓒ인천경제청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도시에 공공미술작품 설치를 골자로 하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과거 기념 조형물 제작을 추진했다가 ‘쓴맛’을 봤던 인천경제청이 이번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올해 사업비 7억 원을 투입해 ‘석양과 어우러진 공공미술작품’이라는 주제로 오는 3일부터 말일까지 ‘공공미술작품 아이디어 스케치’를 공모한다.

5명에게 200만 원의 상금을 내건 이번 공모는 신청 자격도 현재 기준 대한민국에 주소를 두고 있는 내·외국인으로 규정돼 있어 사실상 특별한 참가조건이 없다. 결과는 별도로 꾸린 심사위원회를 통해 6월 중 발표 예정이다.

단 수상 인원은 달라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상자가 없을 수도 있다.

참가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양식이 돼 있는 공모신청서(개인정보처리 동의서 포함)를 내려받아 작성한 다음 A4용지 한 장에 아이디어를 스케치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신청 접수를 하면 끝이다. 물론 스케치는 전문가와 작가들이 재해석하고 보정을 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인천경제청은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인 송도지구가 서해바다와 맞닿아 있고 특히 낙조가 아름다워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만큼 석양과 조화가 되는 공공미술품을 설치함으로써 송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해도 심사기준만큼은 △타당성 △창의성 △조화성 △효과성 등을 다각도로 보겠다는 게 인천경제청의 계획이다. 

심사는 까다롭게 하겠다고 하지만 인천경제청이 미술작품 설치와 관련한 공모에 이렇게 일반 시민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대폭 문턱을 낮춘 건 다소 이례적인 부분이 있다.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간 경제자유구역이나 인천시 등에서 설치했던 미술조형물들이 전반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한 것을 감안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인천경제청의 경우 송도지구 조성을 기념해 지난 2008년 약 16억 원의 예산을 투입, 송도지구 관문 중 하나인 송도1교 입구에 대형 LED 조형물을 설치했다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은 ‘흑역사’가 있었다.

높이 17m에 약 3m 폭 정도로 만들어졌던 해당 조형물은 설치 당시에도 미관상의 평가가 그렇게 좋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이후 관련 법 규정상 허가받지 않은 시설임이 밝혀지며 2010년 경 결국 LED 발광 등의 가동이 중단됐다.

이후 인천경제청은 조형물의 관리를 전혀 하지 않다시피 했고, 흉물 상태로 무려 8년이나 방치되다 2018년 철거되면서 “시민 혈세를 저렇게 방만하게 써도 되는 것이냐”는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인천경제청이 그 비난에 시달린 주인공인 만큼 이번에는 그 아픔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아예 모든 시민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문턱도 낮추고 신청 방법도 어렵지 않게 만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만약 해당 사업이 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시민들과 함께 고민한 결과”라는 점이 감안되면 이전보다는 비난의 화살을 덜 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천경제청 역시 ‘지난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외연적으로는 보여주고 있는 분위기다. 인천경제청은 이번 공모와 관련해 아이디어 심의는 물론 설치 장소 등까지 심도 있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그간 공공미술작품 설치 사업이 전문가 중심이었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그 한계를 극복하고 최대한 많은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시민들의 상상력을 작품에 반영하기 위해 이번 공모를 하게 됐다”며 “시민이 최초 제안자가 되는 의미가 있는 만큼 참여도도 높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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