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급 가정... 집주인과 보증금 갈등 후 모텔 전전했던 것으로 밝혀져

 

인천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여자아이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 이송된 것이 확인돼 지역사회에 또 한차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여아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도 현재 중태에 빠져 있다.

14일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이 여아의 부친인 A씨(27)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중상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부친이 데리고 있던 아이는 발견 직후 병원으로 옮겼으나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A씨는 부평구 한 모텔에서 생후 2개월 된 B양을 학대해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13일 0시 경 딸 아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고 소방당국이 모텔로 출동한 상황에서 B양은 호흡을 하고 있었지만 의식이 없었다.

A씨는 구급대원이 B양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밤 11시 정도까지 아이 상태가 이상이 없었고 떨어진 적도 없는데 아이 상태가 이상해 곧바로 119에 전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의 학대 혐의에 대해서는 “아이를 안고 있다가 실수로 벽에 부딪힌 적은 있지만 학대는 절대 안 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도착하자 A씨가 아이에게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고 있었으며, 아이의 코에서 출혈이 보였고 팔과 다리에서는 피부가 푸른색을 띠는 청색증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어 호흡이 정지된 상태가 좀 지난 듯했다고 보고 있다.

이후 의료진은 현재까지 머리뼈 골절은 없으나 뇌출혈이 있다는 진단을 내린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여아의 부모는 최근까지도 형편이 아주 좋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주거급여를 지원받고 있었지만 모텔을 전전했고 아내 C씨가 이달 초 사기 혐의로 구속되면서 A씨가 이 B양과 여아의 오빠 D군(2세)을 돌봤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아내 C씨는 최근까지 살던 집에서 집주인과의 보증금 문제가 있었다가 사기 혐의로 피소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소 후 법정에 한 번도 출석하지 않으면서 지명수배가 내려졌고, 체포 직후 곧바로 구속됐다.

인천시 역시 이 가정을 계속 주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 행정복지센터 공직자는 “올해부터 D군이 보건복지부 ‘e아동행복지원’ 대상에 포함되면서 지난달부터 A양 부모에게 계속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화가 꺼져 있었고 데다 문자메시지 등도 전혀 반응이 없어 주소지로 등록된 빌라에도 갔지만 문이 잠겨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해당 공직자는 지난 5일 A씨 부부와 아이들의 소재지를 확인해 달라는 수사를 경찰에 의뢰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A씨와 B양 등이 발견된 것.

A씨 가족을 수사한 경찰도 착잡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경찰에 따르면 A씨 가족은 지난해 10월 남동구 소재 한 빌라에 월세로 전입 신고를 했지만, 보증금 문제로 갈등이 쌓여 결국 부평구 일대의 모텔을 전전하는 신세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B양도 모텔에서 낳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A씨 가족이 정부의 힘을 빌리지 못했던 건 아니다. 주거지원급여 수급자로 분류돼 매달 15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지난해에는 긴급생계지원으로 3개월간 100만 원씩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아내 C씨가 갑자기 구속되자 A씨는 행정복지센터에 가정위탁을 요청했으나 절차가 늦어져 1주일여 혼자 남매를 돌봤다. 이후 B양과 D군이 보육시설 입소 절차를 앞두고 있었지만 B양이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옮겨지면서 D군만 보육시설로 들어간 상태다. 

B양이 발견됐다는 모텔의 업주도 “A씨 혼자 아이 2명을 키우는 듯했는데, 환경이 좋지 않아 아이들이 보채는 모습이 내 눈에도 많이 보였다”며 “그게 너무 힘들어 보이다 보니 내가 밥도 차려준 적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D군에게도 계속 분유를 먹이고 있는 걸 보고 이유식을 사서 넣어줬는데 이후 방을 정리하면서 그게 그대로 남아있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때문에 경찰은 아내가 구속돼 A씨가 혼자 열악한 환경에서 두 아이를 돌보다 양육 스트레스로 B양을 학대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 등 방식을 통해 학대 정황이 있었는지 등도 면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학대 정황이 발견된 것은 맞기에 피의자를 체포한 것이며 현재 정확한 경위는 조사 중이고, 조사 후에 구속영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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