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험사들 횡포 규제하는 법안도 있어야” 의견

※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관계 없음. (인천신문 DB자료)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보험사가 직접 피보험자를 고발할 수 있도록 제정(2016년)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보험사기방지법)’에 대해 피보험자(보험사 고객)들로부터 “억울하고 부조리하다”는 식의 호소가 늘어나 법령 일부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보험처리에 대해 불만이 있어 민원을 제기한 민원인이 보험사로부터 고발조치를 당하는 등 피고인이 되는 상황들이 생기면서 일각에서는 보험사기방지법이 보험사에게 유리한 점이 있다며 개정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시민 A씨는 갑자기 ‘보험사기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조사 두 달여 전인 10월 업무차 차량 운전 중 후진을 하다 담벼락을 받는 사고가 일어났는데, A씨가 차량 범퍼 등 일부에 대한 보험처리를 위해 보험사에 사고접수를 했던 게 원인이 됐던 것.

상대 피해자가 없이 일어난 단독 사고였는데 여기서 A씨와 보험사 측 의견이 갈리면서 문제가 됐다. A씨는 사고 장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고, 보험사는 차량 부위가 사고 장소에서 일어날 수 없는 구조라고 보면서 보험사 측이 보험처리를 거부했던 것.

보험사는 당시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사고 현장에서 차량 인증 요청 등을 A씨가 거부한 데다 보험처리의 범위가 지나치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씨는 보험사의 인증 요청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직장 등 업무 상태여서 자유로운 상황이 아니었던 점이 감안되지 않았고 차량의 수리를 맡긴 공업사(카센터)까지 보험사가 문제를 삼았다는 입장이다.

결국 A씨는 이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에 금융분쟁조정 신청 민원을 제기했고 금감원으로부터 “사고 관련 진행사항에 대해 보험사가 피보험자에게 안내한다고 알려왔으니 보험사 담당자에 문의하고 안내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보험사로부터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고 오히려 보험사의 고발로 경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생업에 종사하다 생긴 차량 사고로 보험 처리를 받고자 했을 뿐인데 경찰 고발까지 하는 보험사로 인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거주민인 40대 남성 B씨도 “보험사가 피보험자인 개인을 상대로 몽니를 부린다”는 입장이다. B씨는 지난해 11월 거주지 앞 노상에 차를 주차해 놓고 있었는데, 다른 차량이 B씨의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고 펜더가 일부 훼손됐다. 훼손 부위를 확인한 B씨는 사고 차량의 차주와 만났고 보험처리를 요청했으나 보험사가 이를 거절했다는 것이다.

B씨는 “차주가 B씨 차량 연락처를 확인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보험처리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서 “사고 차량 차주가 보험사에 연락을 했기 때문에 내 연락처는 확인이 가능했다고 보고, 차주가 현장에 있었고 또 만났기 때문에 연락처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건데 이것을 보험사가 공모했다고 해석하는 것 같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B씨는 “차량을 공업사에 맡기고 가해 차량 차주의 보험사로부터 렌터카를 지급받았는데, 내가 가입한 보험사 측에서 공업사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렌터카를 반납하라는 등 으름장을 놓았다”며 “결국 지난해 11월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해당 민원에 대해 “해당 금융회사(보험사)에서 직접 민원을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민원 처리 결과 내용을 B씨에게 보냈으나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보험사가 경찰 고발을 했다”며 조사를 받는 입장이 됐다.

실제 취재 결과 보험사와 관련해 이같은 사례는 전국적으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한 카센터 업체 직원은 “보험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공업사가 청구하는 수리비를 보험사 측이 수용하지 않고 일부 가격이 높다고 판단하는 몇몇 공업사 및 해당 공업사를 자주 이용하는 피보험자 등을 내부에서 ‘블랙리스트’로 규정해 문제삼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동종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보험사들이 피보험자를 상대로 고발을 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고는 들었다”면서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경우 피보험자가 보험사를 상대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 그리고 인터뷰를 한 카센터 업체 직원 등의 인터뷰가 사실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만약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보험사 측이 보험사기방지법의 내용 일부를 고객에게 악용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꽤 높다.

이에 대해 해당 보험사 측은 “문제의 내용에 대한 세부사항은 (취재기자가 제3자인 관계로) 말할 수 없다”면서도 “보험사기방지법의 내용을 악용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최근까지 차량보험과 관련된 일을 했다는 한 시민은 “보험사에 대한 금감원 민원이 지속되면 해당 보험사는 금융당국에 일종의 ‘패널티’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패널티를 받게 되면 악성 채권에 대한 고민과 보험사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데, 피보험인을 고발 조치하면 패널티도 완화되고 보험금 지출도 줄면서 결국 실적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민은 “피보험자들이 가입된 보험에 불만이 높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면 해당 보험사들은 이들 피보험자들을 일종의 ‘괘씸죄’ 같은 걸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보험사기방지법이 결국 이런 부분에서 보험사 편에 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실제로 그 악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 싶다”고 밝혔다. 

보험사기방지법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입법돼 20대 총선 직전 통과된 법안이다.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행위에서 의심 정황이 보이면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조치하는 것을 ‘의무화’해 놓은 것이 골자다. 즉, ‘의심’만으로도 고발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피보험자가 혐의가 없음이 인정된다고 해도 보험사에 보상을 요구하거나 타격을 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도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

A씨는 “내가 직접 당하고 알아보니 보험사들이 법을 이용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무죄가 선고된 것이 많고, 보험사들 가운데서는 이렇게 무리한 내용의 소송을 남발하다 무려 60% 이상 법정 패소하는 회사들도 있다고 들었다”며 “애초부터 무리하게 소송전을 전개한다는 얘기가 되고 피보험자들에겐 재판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크게 다가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는 “사기를 방지하는 법도 있어야 하겠지만 이런 보험사들의 횡포를 방지하는 특별법도 있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보험사기 고소 결과가 피보험자의 무죄로 결론이 난 경우 보험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위자료를 의무적으로 지불하도록 하는 법안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피해자로서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전직 보험사 직원은 “피보험자 고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보험사들의 횡포를 막기 위한 법안도 필요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국회에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봐야 한다, 보험사와 피보험자 양자가 공감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기가 쉽진 않겠으나 어느 정도에서 선을 쳐서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안은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저작권자 © 인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