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본회의 통과했지만 진보성향서도 “내용 부실해” 비판

 

보수단체들을 위주로 반발 여론이 심했던 ‘학교구성원인권조례안(이하 조례안)’이 인천시의회 본회의에서는 별 탈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해당 조례안의 내용을 두고 보수단체들은 물론 진보 성향의 단체들에게도 비판여론이 형성돼 있어 남은 기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인천시의회는 제269회 임시회 마지막 5차 본회의에서 인권조례안을 비롯해 교육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등 교육위원회가 지난 12일 통과시킨 조례안들을 가결했다.

오전 10시경 본회의가 시작되기 전 일부 보수성향의 시민들이 항의를 하는 등의 일이 있었지만, 이날 본회의는 큰 소동 없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몇몇 의원들을 제외하면 인천시의회 시의원들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데다 교육위에서도 통과 의지가 강했던 만큼 예상된 수순이었다.

해당 조례안은 학교 사회에서 차별을 금지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학생들이 성별이나 나이, 가진 종교와 출신 지역(외국 포함), 사회적 신분 등에 관계없이 차별받지 않고 평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근간으로 하는 조례안이다. 현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의 선거당시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보수단체들이 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이 조례안의 근간이 되는 학생인권조례가 학생들의 임신이나 출산, 피부색이나 성적 지향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는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의 조례안이 통과되면 학생들이 동성애나 임신 등을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보수 성향 일원들은 체벌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이유로 교권이 바닥에 떨어진다는 등의 논리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인천지역에서도 이들 보수단체들을 중심으로 본회의 전날까지 해당 단체 소속 일원들이 시의원들에게 반대의 뜻을 전달하고 일부는 협박성에 가까운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며 논란이 되고 있었다.

이날 조례안이 통과됨에 따라 보수단체 및 종교단체들 일각의 움직임은 항의 혹은 자체적인 낙선운동 정도의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해당 조례안이 정작 중도 및 진보성향 혹은 학생 인권신장을 추진해온 단체들에게도 전반적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 등 학생인권조례 추진에 찬성해온 단체들도 이번 인천시가 통과시킨 해당 조례안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등의 시선을 기반으로 비판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조례안의 차별 금지 사유 내용이 장애와 질병 정도에 그치고 있고 임신이나 출산, 성 정체성 등에 의 차별 행위가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차별받는 청소년들이 학교 안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전교조 등 단체들은 전날인 22일 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조례안은 어느 주체의 인권도 보장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규정하고 있는 차별이 반영되지도 않았고 일선 학교의 학칙과 규정 등에 대한 개정에 대해 체계적인 내용이 없다시피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시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은 시행 시기가 오는 9월로 잡혀 있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어떤 내용으로든 해당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 마련 등의 요구가 시의회에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교육위 소속 시의원들로서는 또다시 고민해볼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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