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부소방서 신임소방사 오성근

보통의 사람들에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계절인 겨울이 나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계절이 됐다.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날씨 속에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된 나는 ‘소방서 관서실습’을 시작하게 됐다. 

처음 시작하는 소방조직에 대한 두려움과 뭐든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을 타고 내 마음에 들어오는 듯했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아주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차가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준 작은 사건이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함박눈으로 청사와 거리가 하얗게 뒤덮인 어느 날, 우리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거리 곳곳 제설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시민 한 분이 조심스럽게 다가오셔서 작은 목소리로 “감사했습니다”라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내가 받을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척 당황스러웠다. 

그분은 내가 관서실습 중인 검암119안전센터에서 출동하신 구급 대원의 도움을 받아 위급한 상황을 무사히 넘겨 건강을 되찾은 일이 있었다고 하셨다.

그 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인사를 드리러 검암 센터에 찾아가는 것이 민폐일 거라는 생각에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마침 검암 센터 앞에서 마주친 나를 보고 감사하다고 인사하신 것이다.

그분께서 멀어지신 후 거리에 남은 눈을 치우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받은 인사 속에 담긴 소중한 감사의 마음은 ‘선배 소방관분들의 희생과 노력의 산물이고 내가 물려받은 명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를 위해 언제나 최선을 다해 노력하신 선배님들이 오랜 시간 동안 쌓아 놓은 소중한 명예를 ‘이제는 우리 신임 소방관들이 다시금 견고하게 다져놓아야 할 때’라고 느꼈다.

우렁차게 울리는 소방차 사이렌 소리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새내기 소방공무원인 나는 ‘119를 찾아주는 시민의 부름’에 선배·동료들과 함께 오늘도 힘차게 달려갈 것이다.

내가 물려받은 명예를 상하지 않게 잘 다져서 후배들에게도 이런 가슴 뜨거워지는 감동을 물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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