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소방서 정서진수난구조대 소방장 최진헌

코로나19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온 세상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일상이 꽁꽁 얼어붙었고 시나브로 상처로 번지기 시작했으며 아물지 않은 상처를 비웃듯 어느새 추운 겨울까지 찾아왔다. 얼마나 더 큰 통증을 견뎌야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라질지... 하루빨리 일상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길 바라며 얼마 전 일을 떠올려 본다.

어느 주말 오후 세 살배기 둘째 아이로 인해 인연이 닿은 지인 집에 초대 받아 가족 모두가 가게 됐다. 아이들 위주의 모임답게 어른들은 아이들 돌보는 것에 집중하며 간간이 음식도 나누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그런데 갑자기 “켁켁”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소리의 주인공은 아기 의자에 앉아 과자를 먹고 있던 돌쟁이 아이였다. 

과자를 먹다가 목에 걸린 모양이었다. 아이엄마는 등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때 까지는 모두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약 5초 이상 흐르자 모두들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약 10여초 정도 지나자 그제야 모두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으며 나는 기도폐쇄를 예측하고 아이를 주시했다. 아이는 울지도 못한 채 입술이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내 몸은 자석에 이끌리 듯 어느새 아이의 옆에 다가섰다. 지금껏 교육 및 실습만 해봤지 실제 상황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하임리히법을 하기 위해 나는 아기의자에서 아이를 빼냈다. 아이의 가슴을 왼손으로 받쳐 얼굴이 바닥을 향하게 하고 나의 왼손은 무릎 위에 올렸다. 

그리고 약간 아래로 기울여 오른손으로 등을 위로 밀 듯이 세게 치는 영유아 하임리히법을 실시했다. 등을 정확히 5번치고 아이를 바로 안아 얼굴을 보았다. 서럽게 우는 아이를 살피는데 아이엄마가 “과자 쪼가리가 나왔어요” 하며 기도에서 나온 과자를 들어보였다. 성공이다. “아, 이게 정말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보람과 안도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이 엄마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안은 채 울먹이고 있었다. 즐거운 가족모임은 어느새 생사를 오가는 응급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으나 애써 침착하며 이제 괜찮다며 모두를 안심시켰다. 

아이엄마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했다. 그렇다. 내가 아이를 살린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아이엄마는 하임리히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나는 마침 옆에 있던 인형을 주저 없이 집어 들고 설명을 해드렸다. 힐끗 아이를 봤다. 천진난만하게 과자를 또 먹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하임리히법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았다. 한번 생각해 보기 바란다. 평소에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이 누군지. 아마도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일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이 응급처치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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