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안보연구원 이사 정치학박사 장순휘

지난 23일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이해 국가차원의  대대적인 기념식을 개최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항거하고 조선을 도왔다’는 의미로 ‘항미원조전쟁’으로 표기하고 첫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기념일로 제정해 사용한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날 기념식 연설에서 1950년 10월 25일 개입한 6.25전쟁을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전쟁’으로 지칭하며 ‘결사항전(決死抗戰)’의 전통을 계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시진핑의 이러한 망발은 6.25전쟁의 진실을 왜곡한 무지(無知)의 억지주장으로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심각한 외교적 결례인 것이다.

시진핑은 1953년 6월 15일생으로 6.25전쟁 휴전일 7월 27일 직전에 태어났다. 그는 1979년(27세) 칭화대학교 공학원 화학공학과 학사로 졸업했고 2001년(49세) 칭화대학교 인문사회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따라서 인문학적 박사학위를 근거로 충분한 지식을 쌓고 근대사에 대한 정치군사적 식견이 박식하다 할 것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의 1950년 남북한의 전쟁을 ‘미국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으로 규정하고 중국인민지원군(The Chinese People's Volunteers)이 북조선의 요청을 받고 참전해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도를 넘어선 적반하장(賊反荷杖)의 꼴볼견이라고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입은 삐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라”는 말이 있다. 즉 진실에 입각한 말을 해야지 자신에 불리하다고 거짓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선 이날 연설에서 시진핑은 그야말로 6.25전쟁에 관한 무식한 상식의 단면을 그대로 노출해 지난 7일 방탄소년단(BTS) 향해 비난했던 중국 2030세대 네티즌들의 편향된 지적 수준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BTS의 '고난의 역사(history of pain)'라는 평범한 표현에 대해 “6.25전쟁 당시 중국인민지원군의 수많은 희생을 무시한 말”로 말꼬리를 잡아서 시비를 걸었다. 즉 6.25전쟁에서의 중국인민지원군의 참전 배경과 전쟁원인을 전혀 모른 채 중국의 사상자(casualties)의 숫자만 가지고 피해자 입장에서 역사적 진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국가주석으로서 젊은 세대와는 다른 지식적으로나 사실적으로나 더 성숙한 가치관으로 정확한 진실에 근거한 연설을 했어야했다. 국가 지도자의 식견이 6.25전쟁을 미국의 침략전쟁으로 자가당착(自家撞着)적 단정하여 중국인민들에게 내놓으니까 전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왜곡과 편향된 거짓이 진실로 둔갑한 중국식 ‘항미원조전쟁’이 된 것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6.25전쟁의 정확한 정의는 “김일성이라는 희대의 공산주의자가 해방 후 북조선을 해방구로 침략전쟁을 준비해 ‘민족해방’이라는 명분의 권력욕을 숨긴 채 대한민국을 공산화하겠다는 망상에서 저지른 민족사 최악의 동족상잔이었다. 특히 전쟁준비과정에서 구소련의 스탈린의 사주와 중국공산당 마오쩌둥의 무력지원을 약속 받아서 불법 남침한 전쟁이다” 라는 것에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시진핑이 북한 김일성의 남침전쟁이었음을 모를 리 없다. 알면서도 미국만을 언급하며 38도선을 넘어서 공격했다는 점을 신랄하게 비판했는데 이것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당시 1949년 6월 주한미군은 철수를 완료한 상태였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27일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83호에 의거해 침략전쟁을 일으킨 국가를 응징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유엔군(United Nations Forces)이 결성된 것은 역사적 사실(fact)이었다. 

미군은 유엔군의 일원으로 침략을 저지른 북한을 상대로 응징한 국가였으며, 침략한 북한을 도와 인민지원군을 파병한 중국은 당연히 ‘침략군’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진핑이 이런 전쟁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미군을 침략군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에 맞서 싸워 이겼다고 연설한 것은 그 자체가 부끄러운 실수가 아닐 수 없다. 

24일 유엔의 날을 맞이해 정부가 시진핑의 연설에 대해 6.25전쟁이 북한의 남침이라고 분명한 지적을 한 것은 적시에 잘 한 것이다. 주중 한국대사는 중국정부에 한국의 공식적으로 항의해야하고 정치인들로 중국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항의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언론은 집중적인 보도를 통하여 시진핑의 오류를 지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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