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인천신문 저출산문제연구소장

경제적 결핍이나 여성의 육아 부담, 양육비 부담 등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신문 방송에서는 이런 사실과 다른 주장을 끊임없이 하는 것일까?

정부의 부처는 표면적으로는 주어진 과제를 달성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만, 내부적으로는 예산 증액과 권한 확대에도 비중을 둔다. 그래야 소속 부처의 규모가 커지고 권한이 확대되며 승진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처는 산하연구기관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과제 달성을 위한 업무를 수행하지만 예산 증액과 권한 확대의 논리도 제공한다. 일부 대학교수도 이러한 업무에 참여한다.

예산 증액과 권한 확대를 위해서는 국민의 동의와 지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 부처에서는 예산 확대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홍보한다. 산하연구기관에서 만든 논리를 언론에 배포하면 신문·방송에서 국민에게 전달한다. 

보건복지부도 이와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시하였으며 그 결과 2005년 50.8조원이던 복지 예산은 2017년 129.5조원으로 증액되었다. 저출산 예산 역시 2010년 6조6830억원에서 2018년 30조6002억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8년만에 4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복지 예산과 저출산 예산을 이렇게 빠르게 증액시킬 수 있었던 것은 보건복지부에서 대국민 홍보를 잘 했을 뿐만 아니라 저출산 분야는 검증이 어려우며 진실이 드러나기 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연구과제는 적을 이기거나 방어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런 기술은 검증이 가능하여 거짓이 있을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과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아 수입을 대체하고 수출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집중한다. 이 분야도 검증이 가능하며 성과를 추적하기 때문에 거짓이 통하지 않는다. 환경부의 연구과제는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개발과 환경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환경 문제는 검증이 어렵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아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다. 하지만 시간이 몇 년 지나면 대부분의 경우 진실이 드러난다.

저출산 분야는 어떠한가? 인간을 대상으로 시험할 수 없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 연구결과 보고서에 검증은 없고 주장만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는 사실과 다른 주장이 많다.
저출산 분야 연구결과를 보면 외견상으로는 저출산 문제 해결에 목표를 두는 것 같지만 실제는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어떠한 저출산 원인에 대해서도 결론은 대부분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연구결과로 포장되어 지속적으로 국민의 의식을 바꾸고 복지를 강화하는데 활용되어 왔다. 복지 강화를 통하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해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지난 십 수년 동안의 시행과 계속되는 출산율 감소를 통해 입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정책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복지를 강화하여 해결하려는 정책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하는데, 이것은 의도적으로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라 복지부의 성격상 이렇게 되는 듯 하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에서 그 정도가 매우 심하며, 이러한 활동으로 매년 수십조원 이상의 예산을 소비하면서도 출산율을 더욱 하락시키는데 있다.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저점을 찍은 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복지부에서 담당하던 저출산 업무가 ‘일본1억 총활약상’으로 이관되어서 일지도 모른다. ‘일본 1억 총활약상’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이용하여 복지를 강화하는 활동이 감소하고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보건복지부가 담당하고 있는 저출산 업무를 별도의 부처로 분리 독립하든가 다른 부처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복지를 담당하는 부처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더 이상 저출산의 이름으로 복지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일 뿐 만 아니라 저출산 문제는 본질적으로 복지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떤 국가도 복지를 강화하여 저출산 문제 해결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오히려 복지를 강화한 국가는 모두 출산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맞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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