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당 이문순 작가

차별화 된 안티에이징 화장품인 제네르떼의 대표 이문순 작가는 성공한 여성 기업가로 유명하다. 그가 현재까지 집필한 분량은 100권이 넘는다.

이 작가는 글속에 희망과 열정을 녹여 마음으로 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독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봐주길 원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전방위적인 글로 옥타비오 파스와 비슷한 애절한 사랑과 순수함을 전달하는 이문순 작가의 작품들을 연재한다.

비가 내린다. 저녁 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비 오는 날이 좋다. 특히 봄비가 오는 날을 사랑한다. 여름비가, 저벅저벅 오는 사내의 걸음을 닮았다면 봄비는 사락사락 오는 여인의 걸음 같다. 요란하지 않아서 더욱 마음이 깊이 젖는다. 걸음걸음마다 그리움의 조각들이 묻어온다.

봄비가 오면 나는 바쁜 일이 있어도 시간을 쪼개 빗소리를 듣는다. 세상의 모든 번잡을 제쳐두고 빗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인다. 오늘도 창가에 서서 빗소리를 듣는다. 비가 오는 날은 세상의 모든 게 조금씩 흐려지고 그만큼 빗소리는 또렷해진다. 빗소리가 찰박찰박 가슴으로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소녀로 돌아간다. 아무 채색도 되지 않았던, 그래서 어떤 색이든 칠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얼마나 눈물겹도록 그리운지. 꿈들이 무지개빛으로 피어나던 시절이었다.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시절이었다.

빗소리는 그리움을 일깨우는 소리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빗방울이 떨어져 땅 위에 동그라미들을 그리는 모습이 환하게 그려진다. 동그라미 하나하나가 그리움이다. 그리움은 그렇게 둥글게 밀려와 한껏 부풀다 순식간에 자취를 지운다.

내겐 첫사랑이 그런 모습이었다. 아니,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었으니 내 생애를 거쳐간 온 사랑이 그랬다. 어느 날 해일처럼 큰 걸음으로 다가와 내 영혼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내 삶을 통째로 가져가버렸다. 내가 빠진 사랑은 깊고도 높았다. 헤어날 수 없는 늪이었고 또 헤어나고 싶지 않은 천국이었다. 안도현 시인이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밤새 퍼부어대던 눈발 그치고/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듯 열리는 날/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그대에게 가고 싶다(⸢그대에게 가고싶다⸥ 중에서)’고 했듯이 눈만 뜨면 그대에게 가고 싶은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떤 꽃도 영원히 피어있을 수는 없는 법. 바람이 불지 않아도 꽃은 지기 마련이다. 조금 먼저 떨어지는 꽃이 있고 조금 늦게 떨어지는 꽃은 있을지라도 끝내 시들지 않는 꽃은 없다. 사랑도 꽃과 같아서 언젠가는 시들고 떨어지기 마련이다. 더구나 폭풍이나 비처럼 외부적인 요인이 있으면 꽃도 사랑도 더욱 빨리 진다. 그런때 본인의 의지는 아무 힘이 되지 못한다.

꽃이 진 자리에 자국이 남듯이 사랑이 진 자리에도 흉터가 남는다. 마음에 생긴 흉터는 몸에 새겨진 흉터보다 더 지독하다. 설령 통증이 가시고 상처가 아물어도 그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 모두 잊은 듯 하다가도 어느 순간 격렬한 통증으로 다가온다. 특히 오늘처럼 비 오는 날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그 통증조차 사랑한다. 내 삶과 내내 함께 한 통증이다. 통증조차도 정이 들었다면 남들은 웃을까? 내게는 분명히 그렇다.

사랑은 나를 떠밀어 길바닥에 쓰러트렸지만, 사랑은 또한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기도 했다. 고통스러울 때마다, 넘어져 다시는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마다, 나는 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왔던 사랑을 생각했다. 그 달콤하고 황홀했던 시간들을 가슴에 품고 다시 걸을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사랑은, 아니 뜨거웠던 사랑의 기억은 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내 생애를 통틀어 한가지색으로만 칠하라고 한다면 ‘사랑’이라는 물감 하나면 있으면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사랑을 사랑한다. 오늘 빗소리가 참 좋다.

 

※이문순 작가는...
호 청당
수필가. 시인
이문순 작가의 삶의 활력소인 집필은 다사다난 했던 지난 인생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차별화 된 안티에이징 화장품인 제네르떼의 대표인 이문순 작가는 성공한 여성 기업가로 유명하다. 그가 현재까지 집필한 분량은 100권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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