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지방자치가 재개된 이후 인천만큼 요란스레 도시개발에 매달려온 도시를 따로 찾기 어렵다. 미디어시티를 만든다고 애꿎은 송도 갯벌을 메우더니 한 수를 더 떠서 그 곳에 트라이포트, 펜타포트를 만들면 금시발복을 할 것처럼 수선을 떨었다. 그러더니 뚜렷한 설명하나 제대로 남기지 않은 채 시장이 바뀌었고 그 땅은 다시 국제금융과, IT, BT, NT, 물류중심의 경제자유구역 조성지구로, 이름조차 국제도시로 격이 다른 변신을 했다.

다음 시장은 인천 도시건설의 목표를 명품도시 건설로 바꾸었고 그 선전용으로 도시엑스포를 한다더니 엑스포 개최규정을 몰랐다는 망신을 떨기도 했다. 그러고도 돈을 쏟아 부어서 도시 축전이라는 걸 밀어붙였고 그 공과는 아직도 인천사회에 공개된 적이 없다.

지금 경제자유구역은 몇 번에 걸쳐 준공기한을 연장해가며 아직도 조성이 진행 중이지만 잡음은 끝이 없다. 당초부터 타당성에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었던 아파트 중심의 도시개발은 이제 부정할 수도 피해갈 수도 없는 현실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IT, BT, NT 중심의 첨단 국제 산업도시는 어디에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언필칭 송도 신산업의 대명사로 셀트리온과 삼성 바이오가 인구에 회자하지만 그 두 기업이 인천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얼마큼 짐져줄 것인지에 대해 어느 공식기관의 분석도 본 적이 없다. 인천의 모든 대학과 국내의 유수대학, 국제적인 유명대학들이 집합하여 산학이 결합한 미래 산업 전략지구를 만든다는 말이 시작된 지가 10년도 훌쩍 넘었는데, “언제? 무엇을? 어떻게?”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송도 국제도시의 랜드마크를 만든다던 인천시티타워는 애당초 될 일도 아니었던 것이니 그렇다하더라도 그 뒤를 잇는 잡음이 차마 듣기에 추하다. 국제업무지구를 만들어준다고 이런저런 특혜를 모두 챙겨가던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부당한 아파트 개발이익 해외유출 의혹 따위를 세 번이나 시장이 바뀌었어도 용케 비켜가더니 드디어 개발 파트너인 게일과 포스코의 이전투구에 빠져 아트센터조성 등 관련 사업들이 멈춰 섰다.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개발하겠다던 청라지구는 하나금융그룹의 빌딩하나가 계획대로 들어오면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거니와, 이미 아파트 단지들로 서울의 베드타운화가 완성단계이고 영종의 미단시티를 비롯한 사업들도 죄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이 정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경제청장이 네 번이나 바뀌었지만, 중앙정부에 의해서 공식적으로 인천의 경제자유구역조성은 실패한 사업이라고 평가를 받거나, 비리로 물러나고,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하차하였다. 경제청 공직자들 중에 적지 않은 수가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거나 입건되기도 하더니 최근에는 차장급의 공직자가 양심선언 같기도 한 야릇한 문건을 소셜 미디어에 띄우면서 스스로 분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인천의 행정이 방황하는 모습이 어찌 경제자유구역의 문제뿐이겠는가. “월미모노레일” 하나를 정리하지 못하고 탈 많은 산하 공기업들의 조직 개혁 하나를 본때 있게 정리해 내지 못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개발 사업과 국제적 투자사업의 본질에 대한 무지로 헛걸음을 한 검단개발사업 같은 것들은 스스로의 능력을 몰랐던 실수였다고 변명한다할지라도 행정만 치밀했다면 당연히 아무 일이 없었어야 하는 지하철 2호선 개통과정의 잡음들과 김포연결 고속도로의 난맥상은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런 속에서 특정 기업에게 수천억 원의 막대한 개발차익을 안겨주는 것이 명백한 농산물유통센터의 이전은 시민들에 의한 행정재판이 진행 중이고 이전 대상지역의 주민들과 합의도 완료되지 않은 시점에서 그렇게 서둘러 밀어붙이는 이유가 궁금하다.

강화와 부평, 구도심과 신도시들은 서로 유기적 연결을 상실한 채 파편화하고 있고, 각 지역은 아파트 가격을 중심으로 한 기초자치단체들의 이기적 경쟁으로, 날이 갈수록 도시의 시너지 생산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늘어가지만 이러한 현실이 인천의 장기적인 도시기본계획에서는 인식조차 되지 않는다.

이런 속에서 또 8대 전략사업을 추진한다더니 최근에는 문화도시에 해양도시를 만든다고 용역을 하였다는데 보도되는 결과물의 내용이란 것이 한없이 섭섭하다. 문화도시에 담긴 문화를 알 수가 없고 해양도시에 담긴 해양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해수부 장관 말마따나 헤아리기가 어렵다.

이런 속에 아침 신문에서, 1,2차 합쳐봤자 고작 33만 평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인천 전체의 지역총생산(GRDP)을 넘어서는 77조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기사를 읽는다.

요즘 인천의 행정은 모두 신문의 지면과 인천의 길거리 위에만 존재한다는 느낌이 나만의 것은 아닌 것 같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말로 하는 정치보다 알찬 행정이 그립다. /하석용 홍익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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